정부가 9일 지난 1982년 극소량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미온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던 북핵문제 해결이 다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실험 사실 확인은 지난 2일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실험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지 얼마 안돼 터진 악재여서 정부는 북핵 6자회담에 미칠 영향과 국제사회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도 지난 8일 우리의 우라늄 분리실험에 대해 '미국이 남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면서 북한에는 가혹하다'고 주장,이달 내로 예정된 6자회담 개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려할 실험 아니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지난 97년 IAEA가 플루토늄 실험 관련 사찰을 요구할 당시에는 검증기법이 발달되지 않아 2003년에 재차 사찰을 받았다"며 "IAEA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당시 연구책임자가 인터뷰에 응하는 등 조사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사실확인에 있어 IAEA와 우리 정부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97년의 사찰결과가 나온 98년 이후 수차례 양측이 협의해왔다"며 이는 의례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연구를 목적으로 실험한 것"이라며 "우리가 핵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며 상업적 또는 그 밖의 우려할 만한 목적으로 실험이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당시 IAEA에 신고했어야 했다"고 비밀실험이었음을 시인했다. ◆북핵문제 해결 우려=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6자회담 개최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의혹도 부각되고 있다. 2000년 우라늄 분리실험 문제에 이어 20여년전의 플루토늄 비밀실험 사실까지 언론에 보도된 배후에는 미국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즉 미국이 중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고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 북핵문제를 공세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개발에 나설 명분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일본 등이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판을 뒤엎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AP통신은 한국이 지난 70년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미국의 압력으로 중단됐고 1982년의 플루토늄 추출실험과 2000년의 우라늄 분리실험이 시차를 두고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핵무기 개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