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국내 벤처 사업가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42)이 또다시 정보기술(IT) 강국의 허상을 꼬집고 나섰다. 안철수 사장은 최근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www.ahnlab.com)에 게재한 '우리는 진정한 인터넷 강국인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진정한 IT 강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며,2위와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져 있어 정부와 업계가 인터넷 강국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장비들이 대개 외국산이고 국내 기술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데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용량이 커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사장은 "장비뿐 아니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대부분이 외국산이기 때문에 심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는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을 뿐 외국회사들에 돈을 벌어주는 거대한 시장 노릇을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 '인터넷 소비강국'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질책인 셈이다. 인터넷 인프라뿐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도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낙후돼 있다고 평가했다. 안 사장은 "인터넷 콘텐츠는 인터넷이 생긴 뒤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오프라인 콘텐츠에서 경쟁력이 생겨난다"며 "기록문화 등 오프라인 콘텐츠가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