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덕 이상으로 미를 존경한다.' 이는 공자가 잔뜩 기대를 품고 찾아간 위나라에서 민중의 눈길이 자신보다 태후(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아름다운)에게 머무는 걸 본 뒤 남겼다는 말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용모 언변 필력 판단력)을 중시한 게 중국만은 아니었던 듯,셰익스피어 역시 곳곳에서 남성 외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 생각은 남자에게 생김새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쪽이었다. 얼굴이 예쁘장하면 기생오라비 같다는 식의 흠을 잡고,남자가 외모에 신경쓰면 영 마땅치 않게 여겼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처음 본 중년층의 반응은 '계집애같이 생겨가지고'였다. 그러나 세월은 아름다움은 물론 남자다움에 대한 개념도 바꾸는 것일까. 비주얼시대가 만들어낸 남성다움의 새 코드일까. 여자 버금가게 고운 얼굴의 꽃미남이 인기를 끌더니 이젠 근육질 몸매까지 더해져야 한다고 야단이다. 유행은 또 새로운 용어를 낳는 법.축구선수 베컴과 안정환,탤런트 권상우 등으로 대표되는 '메트로섹슈얼'이 그것이다. 메트로섹슈얼은 '외모에 신경쓰고 패션에 민감한 20∼30대 초 도시남성'을 뜻한다고 한다.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이 처음 썼다는 말로 인터넷 사전의 뜻은 '자신을 사랑하고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나르시시스트,여성적인 면을 가진 이성애자'로 돼 있다. 메트로섹슈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들이 패션과 화장품 산업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화장품의 경우 스킨과 로션 정도에서 에센스,화이트닝,자외선차단제,파운데이션, 마스크 제품까지 다양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2001년 1천6백억원에서 2003년 2천6백억원대로 성장했다고 할 정도다. 동서고금 사람 모두 잘생긴 멋쟁이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하는 마당에 자신을 치장하는 걸 탓할 순 없을 것이다. 기왕이면 겉을 꾸미는 것 못지 않게 탄탄한 실력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가꾸고 정직함과 성실함같은 덕목도 중시해주기를 바랄 수밖에.좋은 남편감의 조건에 외모보다 편안하고,말이 통하고,협조적인 태도가 우선한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싶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