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서자 마자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이 모두 `빨간불'이다. 수출증가세는 계속 둔화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기업의 체감경기지수는 바닥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유일한 성장엔진이던 수출이 에너지 고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계속되는 물가급등이 소비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 현실화된 수출둔화 추세 =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수출은 198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3% 늘었으며 수입은 33.3% 증가한 180억4천만달러였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5월 41.9%, 6월 38.1%, 7월 36.3%, 8월 29.3%로 3개월째 둔화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수출규모는 6개월만에 처음으로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수출증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은 9개월만이다. 하루평균 수출액도 ▲4월 9억4천만달러 ▲5월 9억3천만달러 ▲6월 8억7천만달러▲7월 8억9천만달러에 이어 8월에 8억3천만달러로 내려앉아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입증가율은 33.3%로 수출증가율을 초과했다. 수입증가는 고유가에 따른원자재 가격앙등이 가장 큰 요인인데, 원유는 도입단가가 31.4%나 상승하고 도입물량도 29.9% 늘어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70.5%나 증가했다. 전체 원자재 수입은 40.2%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정밀기계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자본재 수입이 39.1% 증가, 설비투자 회복세를 반영했으나 소비재 수입은 총수입 증가율에 크게 못미치는 12.3% 증가에 그쳐 내수회복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 가파른 물가상승..소비회복 발목잡을 듯 =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가 지난 7월보다 0.9%, 작년 8월보다 4.8% 상승했다고발표했다. 이는 작년 동기와 비교할 때 지난 2001년 7월 4.8%를 기록한 이후 3년1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4.4%에 이어 두달 연속 4%대를 기록한 것도 2001년 7월과 8월(4.7%) 이후 3년만이다. 이로써 올들어 8월까지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3.6%로 아직까지 정부가 전망하고있는 3%대 중반의 범위내에 들어와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국제유가 움직임과 이달중예상되는 태풍, 추석명절 등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물가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주요 생활품목 중심의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5%오르고 작년 8월에 비해서는 6.7% 상승,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압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체감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록 서민들의 소비지출은 더욱 위축될것으로 우려되며 이를 계속 방치했다가는 내수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민간연구소들의 지적이다. ◆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겨울' =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여전히바닥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은이 2천46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8월중 제조업 업황실사지수(BSI)는 72로 전달의 70보다는 소폭 올라갔으나 기준치인 100에 비해서는 여전히 턱없이 낮은수준에 머물렀다. 생산증가율과 신규수주증가율, 가동률 등은 전달보다 소폭 개선됐으나 설비투자관련 지표는 여전히 어둡다. 생산설비수준 BSI는 기준치인 100을 웃도는 105를 나타내 지난 7월(106)과 마찬가지로 생산설비 능력 대비 생산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설비투자실행 BSI는 7월의 95에서 8월에는 93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추가 설비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업체가 더 많으며 이러한 업체수가 전달보다 더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냉각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천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4.4분기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4분기 BSI는 79로 2.4분기의 105, 3.4분기 89보다도 훨씬 더 낮아져 제조업체들의 경기전망이 매우 어두운 것으로분석됐다. 상의의 분기별 BSI가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1년 1.4분기(BSI 63) 이후처음이다.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거의 바닥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