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

한 대기업 간부는 아테네올림픽 폐막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중국과 일본이 세계 2위와 5위를 차지한 메달순위표를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들의 분석기사도 그의 평가와 비슷했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10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의 대약진이 세계,특히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는 기사가 주류였다.

아테네에서 받은 힘이 주변국에 거센 민족우월주의로 다가설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었다.

양국의 성과가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한 국가적 승리라고 해석한 기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육상 등 취약종목에 걸린 1백19개의 금메달을 노린다는 '119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남자 허들 1백10m에서 아시아육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아테네에서 경제대국으로서의 자신감은 물론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는데 성공했다.

일본에 대한 외신의 시각도 유사했다.

일본은 장기불황 조짐을 보인 1992년부터 올림픽무대에서 한국에 뒤지다 2001년부터 '골드플랜'을 세웠고 이번에 세계 5위로 결실을 맺었다.

장기불황의 아픔속에서도 뭔가 해야겠다는 노력과 지원이 있었던 셈이다.

일본은 이번 성과가 1조엔대의 내수진작 효과를 발휘,장기불황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낀 우리는 어떤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국가적 열정이나 목표의식은 찾기 힘들다.

남녀 초등학교를 통틀어 단 1개팀 밖에 없는 척박한 핸드볼 종목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나라는 한국 외엔 없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올림픽을 뒷받침해줄 정치적,경제적 역동성도 없다.

스포츠는 세계와 겨루는데 우리의 정치와 경제는 과거사와 야당 대표 패러디,대통령 풍자 연극,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그 간부만은 아닐 것이다.

고기완 생활경제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