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지난 5개월동안 진행된 기금평가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기금정비작업에 나섰다.

57개로 나뉘어져 있던 정부의 "돈 보따리"를 39개로 통.폐합,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정보화촉진기금관련 비리사건 등에서 드러난 기금운용기관의 도덕적 해이현상도 기금체계 정비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산처는 보고 있다.

예산처는 국회 심의 등을 거쳐 내년초까지 정비방안을 최종 확정짓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금이 정부부처 민간단체 정치인 등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처 '쌈짓돈'에 메스

국가 재정활동에 들어가는 돈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 크게 세 가지 보따리에서 충당된다.

이 중 기금은 예산으로 통칭되는 일반·특별회계와 달리 자금운용에 상당한 융통성이 부여된다.

주무 부처의 판단에 따라 전체 기금한도의 30%까지는 세부항목별로 이동이 가능하다.

정부 부처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돈 보따리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금운용의 신축성에도 불구하고 기금은 전반적인 국가 재정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예산처 판단이다.

기금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어 재정 운용이 경직되고 비슷한 사업에 여러 기금이 참여하는 등 자원낭비도 심각하다는 것.

◆잠정안에서 한발 물러선 확정안

기금평가단이 정한 기본원칙은 자체 재원이 없거나 재원과 사업 간 연계성이 미약한 기금은 예산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회계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여성발전기금과 문화산업진흥기금 등 4개 기금 및 거둬들인 부담금이 엉뚱한 사업에 쓰이고 있는 근로자복지진흥기금 등 4개 기금을 포함해 총 18개 기금이 폐지 또는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확정안은 지난 달 마련된 잠정안보다 다소 후퇴한 것이다.

기금평가단은 당초 57개 기금 가운데 22개 기금을 빠른 시일 내에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절반 이상 폐지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했었다.

조성일 기금평가단장(중앙대 교수)은 "현실적인 제약조건으로 인해 몇 개 기금이 당초 폐지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그러나 이들 기금이 이번 확정안에서 빠졌다고 계속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넘어야 할 산' 많을 듯

예산처는 기금이 그동안 자리를 잡아 오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한 만큼 상당한 저항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처 관계자는 "기금마다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정비계획이 확정된 만큼 최대한 밀어붙일 계획"이라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오는 2006년부터 기금이 순차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