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가 "체감경기 회복은 1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 동향도 그런 경제현실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산업생산과 출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반도체 휴대폰 등 주력제품의 생산은 오히려 둔화되는 추세여서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가동률도 10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게다가 설비투자 증가는 둔화됐고 소비회복은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가운데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와 6개월 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는 각각 4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다시 하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올 만하다.

이 부총리가 경기 회복을 내년 후반으로 미룬 것은 이런 산업동향과 무관할 리 없다.

일부 통계적 지표에만 매달리지 않고 경제현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결과라면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바로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합리적이고 경제원칙에 맞는 경기조절정책 수단마저 구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던 대통령이 얼마 전에는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정책전환을 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을 하거나 비로소 부양책이 시작된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심을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야 어디 소신있는 정책추진이 가능하겠는가.

정책의 불확실성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여당도 중심을 못 잡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살리기를 외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정말 여기에 있는건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이슈에 있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기업에 대한 규제개혁을 말하면서도 참여정부의 개혁방향과 맞지 않는 것은 안된다고 하니 이 또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수출 호조 덕에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왜 투자나 소비로 파급되지 않고 있고,대신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은 그렇게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지 정부 여당은 그 이유를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정책은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