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원장은 10년간 주식투자로 돈을 잃었던 사람이다.

본과 1학년 때 어머니가 주신 5백만원으로 현대건설 주식을 샀다가 1년 만에 원금을 모두 까먹은 것을 시작으로 인턴,레지던트 봉급의 대부분을 주식시장에 헌납했다.

◆미친듯이 공부했다

주식시장에서 '백전백패'하던 인턴시절.'이렇게 당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 동료 4명과 함께 MD인베스트(Medical Doctor Invest)라는 주식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상어반야불퇴전(常於般若不退轉:'살아 있는 동안 반야의 지혜를 얻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보우 국사의 발원문)'

다시 말해,'주식시장의 도를 깨칠 때까지 독하게 공부하겠다'는 게 이들 스터디 그룹의 모토였다.

미국에서 연수 중인 선배에게 주식 관련 서적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선배가 보내온 책은 무려 54권.이 밖에 일본어 독학을 통해 일본에서 발행된 최신 주식책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의사고시보다 더 열심히 5년 동안 주식 공부에 매달렸다"는 게 박 원장의 얘기다.

◆병원을 찾아오는 주식환자들

기술적 분석(각종 지표를 이용해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을 결정하는 좋은 분석방법)에서는 국내 최강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웬일인지 돈은 벌리지 않았다.

박 원장은 "불경만 외운다고 득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때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 생활 내내 쌓아왔던 '실전 경험'과 '주식 내공'은 지난 98년 빛을 발했다.

"97년 말,주가지수가 조만간 3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더군요.

주가가 300을 깰 때 집문서를 팔아서라도 성장주를 사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죠." 박 원장은 MD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98년 중순부터 성장주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데이콤 한컴 SKT KTF(장외) 등이 매집 대상이었다.

99년 말.이들 주식은 불과 1년반 만에 30배 가까이 급등해 있었다.

증자 등을 감안하니 이 기간 벌어들인 돈은 원금의 50배가 넘었다.

박 원장은 주식시장이 '마지막 불꽃(주가지수 1,000 돌파)'을 태우던 99년 12월,한 증권사이트에 '성장주와의 이별'이란 제목의 글을 쓴다.

시장 분석 결과 '지금이 한국 주식시장의 정점'이라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99년 12월 마지막날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선물 매도를 준비한다.

이후 2000년 한 해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1,000에서 500으로 고꾸라졌다.

박 원장은 '시장의 폭락'을 정확히 예측한 덕에 방송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이때부터 그가 일하는 병원에는 환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들 환자의 병명은 동일했다.

'주식 손실로 마음의 병에 걸렸는데 어떤 주식으로 이를 치료해야 하냐'를 묻는 '주식환자들'이었다.

정상적인 진료 활동이 불가능해진 박 원장은 결국 사표를 던진다.

◆시세를 읽어야 성공한다

박 원장이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시세의 운동에너지를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세,즉 가격을 결정하는 힘(매도세와 매수세)을 이해하고 힘의 방향이 큰 쪽으로 매수 또는 매도를 했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시세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데 '이격,각도,표준편차'라는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한다.

그가 말하는 이격이란 이동평균선에서 현 시세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격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시세가 상승 또는 하락할 만한 수급상의 요인이 있다.

따라서 이격이 크다는 것은 시장이 흥분돼 있다는 얘기고 시세를 주도하는 주체가 있는 셈이다.

박 원장은 "주가가 단순히 전고점,전저점을 돌파했을 때가 매도·매수의 타이밍이 아니라 이격과 가격이 함께 커졌을 때가 매매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각도는 시세의 힘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이격과 가격이 함께 커지더라도 그 기울기(각도)가 완만하면 이것은 '완벽한 추세'가 아니다.

특히 각도는 시간(X축)과 가격(Y축)으로 구성된 값인 만큼 주가가 방향을 전환했을 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가 추세전환인가'를 판단하는 데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

표준편차란 볼린저밴드를 이용한 시세판단 방식이다.

"주가가 볼린저밴드를 벗어날 때가 주가의 큰 시세가 형성될 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흔히들 볼린저밴드 상단은 매도,하단은 매수라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투자방식"이라며 "볼린저밴드(이동평균선의 표준편차)를 뒤엎을 만한 세력이 형성됐을 때가 3파동과 같은 큰 시세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변수를 고려했을 때,지금의 한국 주식시장은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점'이라며 "하지만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급등보다는 급락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직원을 가르치는 의사

박 원장은 케이블 TV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고정코너를 3년간 맡아왔다.

또 1년에 평균 60회 가까이 주식,투자심리,재테크 강의를 해왔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절반 이상이 박 원장을 초청,신입직원과 간부들의 교육을 맡길 정도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한 국내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셈이다.

TV 출연료와 강의료에 있어 박 원장은 그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

"주식으로 충분한 돈을 벌었으니 주식을 가르치며 받는 돈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4년째 강의료와 출연료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인생의 두 가지 꿈'을 갖고 있다.

하나는 마흔 이전에 성공을 거둔 후 고향(안동)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이 꿈을 실현했다.

3년 전 안동으로 낙향,신세계연합병원을 설립했다.

그의 두 번째 꿈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전문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10년 내에 설립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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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5계명 ]

1. 가능한 주식투자 하지 마라 (주식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은 1백명 중 5명 꼴이다. 가장 쉽게 돈버는 방법은 하지 않는 것이다)

2. 반드시 새로운 시세를 사라 (기존 추세를 뛰어넘는 추세가 포착됐을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아라.이때 참고할 변수는 이격,각도,표준편차다)

3. 자기 자신을 믿어라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존해 매매를 결정하는 사람은 주식할 자격이 없다. 처절한 정도로 공부한 후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을 때 매매하라)

4.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지 마라 (기술적 분석은 2차원적인 분석이다. 단순히 전저점,전고점을 기준으로 한 매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세를 움직이는 변수를 입체적으로 고려하라)

5. 사는 것보다 파는 게 중요하다 (이익실현의 타이밍을 잡는 것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격과 다이버전스를 활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