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마누라'와 '첫사랑 사수궐기대회'는 흥행에서 성공했다.

그렇다면 '돈텔파파'는?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방송사 PD 출신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다음달 3일 심판대에 오르는 섹스 코미디 '돈텔파파'의 이상훈 감독(55)이 첫영화를 개봉시키는 소회와 자신이 느낀 '영화판의 텃세'에 대해 밝혔다.

이 감독은 26일 밤 11시 부산에서 '돈텔파파'의 일반시사회를 마친 직후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드디어 개봉한다니 정말 기분 좋다"면서 "지금 일반시사회 반응이 폭발적이다. 진짜 반응이 좋다. 솔직히 방송 출신이 영화한다니까 그동안 별로안 알아줬는데 일반 시사회를 15번 정도 거치면서 반응이 좋으니까 이제야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텔파파'는 작년 11월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올 2월 개봉 준비 완료였다.

그러나 배급사를 잡지 못해 그동안 지금까지 기다려야 했다.

딱히 후반작업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코미디 영화임에도, 철저히 마이너 영화 취급을 받았고 덕분에(?)이 감독은 4개월 넘게 후반작업을 했다.

"기다리면서 편집을 수십번 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떤 편집본이 가장 웃길까 고민했다. 편집할 때까지만 해도 사공이 무척 많았는데, 3주 전 첫 시사회를 하고 나니 간섭이 없어지더라. 영화판 텃세가 생각보다 너무 심했다."

'돈텔파파'는 제작사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의 제안으로 출발한 작품이다.

SBS인기 시트콤 '여고시절'을 평소 재미있게 본 유 대표가 연출자인 이 PD에게 '그처럼 재미있는 코믹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

"유 대표의 제안에 찰리 채플린의 '키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빠와 아들의 부성애가 진하게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처음제목도 '아빠하고 나하고'였다."

그러나 영화는 휴먼 코미디가 아닌 섹스 코미디로 거듭났다.

"영화는 흥행을 위해 독하게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독한 것을 많이 넣었다. 방송에서는 절대 못 쓰는 표현이나 상황들이다. 그래서 관객은 많이 웃지만 아빠와 아들의 사랑이 묻혀진 감이 있다. 사실 내 생각에도 심하다 싶으면서도 찍은 장면들이 있다."

이 영화는 촬영이 한달 반 만에 끝났다.

필름은 1만 자 조금 넘게 썼다.

"코미디는 촬영이 길어져 배우들이 지치면 끝이다. 촬영이 빨라야 한다. 20년간 코미디 연출하면서 테이크 원(첫번째 촬영)이 결국 가장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감독들은 1년에 한 편 만들까 말까 하지만, 난 매주 한 편씩 코미디를 만들었다."

'돈텔파파'의 출연진들은 모두 감독과 끈끈한 사이다.

주연배우 정웅인 이영자를 비롯해 카메오로 출연한 김미화 유정현 정보석 조형기 등은 오랜 기간 이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가족들이다.

"거짓말 안 하고, 내가 영화한다니까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이 '나는 뭐 할 것없냐'고 스스로 찾아왔다. 돈 한푼 안 받고 의리로 다 망가져줬는데 정말 고마웠다.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영화 잘되야 한다. 요즘 밤잠을 못잔다."

그렇다면 최근 빚어진 '임호 사태'의 진실은 뭔가.

"정말 안타깝다. 출연 계약을 매니저 없이 직접 했는데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직접 대화를 하면 풀릴텐데, 연락이 안된다. 보리수 역을 숨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촬영 도중 홍보전략의 하나로 검토했던 수준의 말이다. 출연진이 다 있을때 나눴던 대화라 다들 의아해 한다. 내가 출연을 강요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할 생각일까.

"영화가 매력은 있다. 약간의 도박성도 있고. 하지만 텃세가 너무 심해, 다시 영화를 하려면 이 영화가 대박 나야 한다. 난 최선을 다했으니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그는 내년 봄 TV 시트콤을 준비하고 있다.

1959년 경남 밀양 출생인 이상훈 PD는 1986년 KBS 공채 14기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후 '코미디 하이웨이'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을 연출했다.

이후 1991년 SBS 개국 멤버로 옮겨온 후 '웃으면 복이 와요' '기쁜 우리 토요일' '아이 러브코미디' '좋은 세상 만들기' '뷰티풀 라이프(대한해협횡단)' 등을 연출하며 스타 예능 PD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말 프리 선언을 한 후 SBS '여고시절'을 연출했다.

'좋은세상 만들기'와 '뷰티풀 라이프(대한해협횡단)'으로 한국방송대상과 한국프로듀서상을 두 차례씩 수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