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I see your passport, please?(여권 좀 보여 주시겠어요)"

"Where are you from?(어디에서 오셨습니까)"

"Namyangju,Gyeonggido.(경기도 남양주요)"

23일 문을 연 경기도 영어마을 안산캠프의 아침은 입소하는 아이들의 입국절차로 시작됐다.

5박6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외국을 방문한 것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입소가 가능하다.

안산 영어마을의 첫번째 손님이 된 의정부 신안중학교와 남양주 별내중학교 2학년생 2백10명은 갑작스런 영어질문 공세에 한참을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어디에서 왔는지를 얘기한다.

가까스로 모의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받아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아직 남은 절차가 많다.

아이들이 입국장 다음으로 들러야 할 곳은 은행.

아이들은 이곳에서 사용할 돈인 'EV달러'(영어마을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를 바꾸기 위해 은행에 들러야 한다.

경기도 영어마을 30달러씩을 기본으로 주고 더 필요한 돈은 저녁 5시부터 6시 사이에 공장(factory)에서 일하면 5달러씩 벌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말을 쓰다 적발되면 1달러씩 빼앗긴다.

그 다음은 호텔 체크인.영어로 이름과 체류일정 등을 얘기해야 비로소 학생들이 5박6일간 묵을 방의 열쇠를 받을 수 있다.

신안중학교에서 온 김병찬군은 "단어들은 들리지만 문장 전체 의미는 잘못 알아듣겠으며 영어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고개를 흔든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대부분이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만 월요일 식사 예절 수업(Formal Dining Room) 참여자로 선택된 20여명은 고급 레스토랑처럼 꾸며진 방으로 따로 들어간다.

대기하고 있던 선생님은 격식있는 식당에서 어떤 방식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홍종득 전략기획실장은 "식사야말로 서구의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은 식사도 하면서 어떻게 식사를 하는 것이 교양있는 것인지까지 덤으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식사 후 본격 시작된 수업도 다른 곳의 영어교육 프로그램과는 상이하다.

교습 과목중 영어 과목은 아예 있지도 않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자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듯 과학 음악 요리 방송 등이 주된 교과 과목이다.

음악 수업엔 라틴댄스 수업이 한창이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영어 목소리가 한층 커진다.

영어마을 김주한 교육운영부장은 "영어는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경기영어마을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늘게 하는 간접 교육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영어마을의 제프리 존스 원장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자신감이 부족해서"라며 "교육을 마치면 외국인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영어실력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23일 개원한 안산캠프(5만평)를 시작으로 오는 2006년에 파주캠프, 2008년 양평 캠프를 잇달아 개장할 계획이다.

안산=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