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고,중국 시장의 치열한 '가격파괴'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ㆍ중 수교 12주년(24일)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사와 KOTRA가 공동으로 중국내 한국 투자기업 5백2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중(在中) 한국기업 경영실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중국에서 내수 판매를 하고 있는 기업중 58.1%가 주요 경쟁상대 기업으로 외자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을 꼽았고, 52.8%는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가 2년 이하라고 응답한 기업도 20.2%였다.

KOTRA 중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우위가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술 우위를 잃게 될 때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의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밀려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다.

중국 진출 우리나라 투자기업들은 중국시장 거의 전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격 파괴'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여기에 전력난으로 공장 라인이 멈춰서는가 하면 원자재난, 법ㆍ제도의 급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하는 인사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등의 불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긴축 정책이다.

긴축 정책이 영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사무소를 제외한 5백16개 기업)의 75.8%에 달하는 3백91개 업체가 '직접적인 타격 또는 부정적 영향 가시화'라고 응답했다.

반면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앞으로도 문제없다'는 응답은 83개 업체(16.1%)에 그쳤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에 익숙했던 국내 기업에 긴축 정책은 낯선 것이다.

그러나 "긴축은 단지 성장속도 조절만이 아니라 성장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중국 경제전문가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외자기업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고 '관시(關係)'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등의 기존 중국 상(商)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뛰고 있는 비즈니스 맨들은 급변하고 있는 사업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조사에서 "중국 비즈니스 전략을 제로 상태에서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하고 있는 유통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관시의 시대가 가고 있는 지금 어떻게 우리의 이익을 지킬 것인지, 중국 인재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3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오광진ㆍ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