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규명작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신기남 의장의 사퇴를 계기로 과거사 규명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사 문제에 대해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9일 '포괄적이고 대폭적인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특히 박 대표는 여권이 꺼려하는 친북ㆍ용공행위도 조사하자고 맞불을 놨다.

향후 진상규명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 "포괄적으로 조사하자" =박 대표는 이날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 참석, "과거사 때문에 현재와 미래가 어렵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시각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얘기가 나온 마당에 중립적이고 검증된 학자에 의해 대폭적으로 과거사를 짚어보고 교훈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번에 검증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조사범위와 관련해 일제시대와 해방 후, 6ㆍ25전쟁, 4ㆍ19혁명, 5ㆍ16 이후 산업화의 공ㆍ과 및 냉전시대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친일 및 독재시대의 인권 탄압에 진상규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여권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다.

박 대표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노 대통령까지 나서 '과거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판에 마냥 소극적으로 대응할 땐 정국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ㆍ과'를 모두 평가할 땐 결코 손해볼 것 없다는 자신감도 태도 변화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신임 의장도 이날 지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배전의 결의를 갖고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서주길 바란다.

친일청산 등의 작업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고 당이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 "갈 길 멀다" =여야가 과거사 규명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각론에 들어가면 의견차가 상당하다.

우선 노 대통령의 국회 특위 구성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과거사 규명작업은 정치권에서 주도해선 안되고 정치색이 없는 중립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여당의 친일진상규명법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가졌지만, 이같은 입장 차이로 과거사 특위의 형식과 범위 등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친북ㆍ용공 활동 조사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과거) 정권에 의해 밝혀질 만큼 밝혀졌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영식ㆍ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