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경주마 이야기를 담은 책 '달려라! 하루우라라'(시게마츠 키요시 지음,최영혁 옮김,청조사,7천8백원)가 불황 서점가에서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달초까지 1백13연패를 기록한 약골 경주마.올 상반기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히트 상품으로 뽑힌 이 말은 경기침체로 인한 좌절과 실패의 늪에 빠진 일본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경주마로서는 나이가 두 배나 많은 여덟살,다른 말의 80%밖에 안되는 몸무게,너무 약한 발목,신경이 예민해 경주 전 여물을 먹지 못하는 체질 등 악조건을 다 갖췄지만 트랙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는 하루우라라.성적 부진으로 폐사되기 직전 "사료값은 할테니 조금만 기회를 달라"는 조련사의 간청으로 죽음을 면한 이 말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키는 스타로 부상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주 때마다 열도를 뒤흔드는 최고 스타다.

"몸이 약해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에 저절로 용기가 생긴다"(암투병 중인 오가사와라씨) "인생의 패배자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우라라를 보고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명예퇴직으로 실의에 빠졌던 30대 여성) "이기는 데만 신경쓰고 살아왔는데 이제 지더라도 빛나는 걸 알았으니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눈을 돌리겠다"(교사)….

하루우라라 얘기를 담은 책은 지난달 중순 국내에 번역된 이후 한달만에 3만부나 팔리면서 불황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구직자 김영일씨(29)는 "몇번 더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힘을 이 책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