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교를 뺏아 교수,교사들에게 주자는 것으로 공산주의 나 마찬가지다." (박홍 서강대 이사장) "이번 사학법 개정은 규제나 간섭 차원이 아닌 사학을 장악하려는 음모인 만큼,만약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즉시 헌법소원을 내겠다."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3층 국제회의실. 5백여석의 좌석은 이미 꽉 찼고 바닥에 쭈그려앉은 대학 총장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사립대총장협의회 등이 공동개최한 '글로벌시대의 대학교육'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는 그야말로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7백여명의 사립대 총장과 이사장,학교법인 관계자들은 정부·여당이 최근 사학 비리를 막겠다는 명목아래 △이사회가 가진 교직원 임면권의 학교장 이양 △이사장 직계존비속의 총·학장 취임 금지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 등을 추진하는데 대해 거침없는 분노와 울분을 토해냈다.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전남과학대 학장)은 인사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교육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정치판으로 바꿔놓으려는 불순한 세력으로부터 사학을 지켜야 한다"며 "모두가 일치단결해 사학의 기본을 말살하려는 책략을 막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도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급기야는 과격세력에 의해 사학의 운영권마저 탈취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윤수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회장은 "정부가 사학을 정상화하려면 우선 교원노조로 인해 갈등과 반복을 빚고 있는 교육 현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서강대 이사장은 "사학법이 개악되면 가톨릭은 물론 불교,기독교 등 종교학교는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앞으로 이런 모임을 계속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겉모습은 학술대회였지만 실제론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힘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들은 오후 5시께 학술대회가 끝나자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학인 결의대회'를 열고 대학법인협의회와 전문대법인협의회,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등 9개 사학관련 단체 이름으로 결의문을 내놓았다. 결의문에는 사학의 자율권과 일부 비리 사학에 대한 반성 등 차분한 내용만이 담겼지만 분위기만은 끝없이 달아올랐다. 사립대학 총장과 이사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교원과 학생,학부모가 추천하는 이사를 사립학교 전체 이사진의 3분의 1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