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자니 부작용이 두렵고, 안 먹자니 오랫동안 몸이 괴로울 것 같고….'

PPA(페닐프로판올아민) 성분 감기약의 판매금지 및 폐기처분 조치로 약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PPA 성분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의약품 성분들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의약품 설명서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기재돼 있는 경우도 있다.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약을 복용하라는 것이다.

역으로 얘기하면 부작용이 겁나면 약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약을 먹지 않고 자연적으로 병이 낫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병을 빨리 낫게 하는 약 복용법은 없을까.

의약품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이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올바른 약 복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모든 약에는 부작용 있어

인체는 끊임없이 질병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약은 이러한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는데 사용되는 '화학 물질'이다.

약은 인체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면서 약의 체내 대사과정과 흡수과정이 밝혀지고, 모든 약에는 부작용과 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약은 가능한 한 적게 복용하고 약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체에 들어간 약은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반드시 간을 거친다.

간은 약을 몸 바깥에서 들어온 이물질로 여겨 여러 종류의 효소를 동원해 몸에 맞는 물질로 변화(대사작용)시키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간에 부담을 주고 몸에 치명적인 독물로 작용하는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약의 오ㆍ남용은 결국 간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항생제 복용 줄여야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997년에 1천명당 33.2명이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21.3명에 비해 1.5배 이상, 독일(10.7명), 덴마크(11.3명)보다는 3배 가량 높은 것이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무분별한 복용이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도 항생제가 여전히 남용되고 있다는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가벼운 부스럼은 물론 구내염, 감기도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내염은 세균성이어서 항생제가 듣지 않으며, 감기 바이러스도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일부는 항생제를 미리 먹어두면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고 믿고 있다.

이 때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해야 할 경우에도 약효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가벼운 염증에는 항생제보다는 자연 치유력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를 풀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신선한 야채와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마늘은 항생제(페니실린)보다 항균능력이 월등히 강해 꾸준히 먹으면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 스테로이드 제제, 장기복용 안돼

스테로이드 제제는 관절염치료약 안약 피부약 감기약에 포함돼 있어 만병통치약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부신피질호르몬 일종인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에서 항염증작용을 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염증약보다도 강력하다.

그러나 부작용이 커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며,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효과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스테로이드제제를 먹거나 피부에 발라, 부작용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제제를 남용하면 몸이 비대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골다공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백내장, 녹내장, 위궤양, 위장출혈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계 피부연고제를 오ㆍ남용하면 피부의 2차 감염과 모세혈관 확장, 피부위축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 진통제 과다복용땐 통증 유발할 수도

진통제는 의사의 처방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약한 통증에 쓰는 비마약성 진통제와 중증 또는 심한 통증에 쓰는 마약성 진통제 등이 있다.

진통제에도 부작용은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위염, 위출혈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약을 먹은 뒤 검은 색의 변이 나오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는 구토와 어지럼증이 대표적이며 변비, 졸음, 호흡이완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진통제를 남용하면 두통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통제 복용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며 통증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처방된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 단순한 소화불량엔 소화제 먹을 필요없어

소화제도 진통제처럼 습관적으로 복용할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이다.

원래 소화제는 만성 췌장염 환자나 췌장 수술을 한 사람 등을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단순한 소화불량, 위장 장애 등에는 소화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보통 소화제로 부르는 것은 소화관 운동을 촉진하는 일반 의약품으로, 기능성 소화불량 때 복용하는 것이며 엄밀한 의미에서 소화제가 아니다.

신경을 쓰면 소화가 잘 안된다는 경우는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하며, 이 때는 소화제보다 운동과 생활요법을 먼저 실시하는게 좋다.

의학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상학적으로 볼 때는 적당한 운동이 위장장애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식사 후 바로 운동을 하면 소화에 지장을 주므로 공복 상태나, 식후 1∼2시간 뒤에 하는게 바람직하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 도움말 =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철민 교수,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