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중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시세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주택거래신고제 실시로 상승세가 꺾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값이 지난달 중순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을 위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급락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용적률 제한까지 겹친 고밀도 아파트단지는 낙폭이 더욱 커 최근 한달새 1억원 넘게 떨어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면서 미약하지만 매수 움직임이 살아나고 있고 낙폭도 둔화 추세여서 시세가 바닥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1억원 이상 하락단지 속출 =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 48평형의 경우, 지난달 중순 11억5천-12억5천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에는 10억-11억2천만원 정도에서매물이 나오고 있다.

한달간 최고 1억5천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이 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올스톱 상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층 아파트인 국제아파트는 재건축단지 중에서도 인기단지가 아니어서인지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면서 "지난 두 달간 호가만 내려갈뿐 실제 거래가 이뤄진 적이 없어 실제 시세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 68평형도 로열층의 경우 지난달 초만해도 18억원에 육박하던 것이 최근에는 16억원에 팔리고 있다.

인근 대한공인 관계자는 "17억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있지만 실제 거래는 16억-16억5천만원에 이뤄진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34평형의 경우 한달 전 최고 7억5천만원에 거래됐지만 요즘에는 6억5천-7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또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34평형도 개발이익환수제 입법예고 이전에는 6억3천만-7억원에 거래됐지만 요즘에는 5억8천만-6억2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 `바닥 가깝다' VS `아직 멀었다' = 부동산 114의 주간 단위 시세 조사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값은 개발이익환수제 관련법이 입법예고된 지난달 중순 이후 -0.42%(7.16 기준), -0.38%(7.23), -0.50%(7.30) 등으로 하락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두 차례의 시세 조사에서는 -0.33%(8.6), -0.31%(8.13) 등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특히 강남구는 지난 한 주 0.02% 하락에 그쳐 오히려 일반 아파트(-0.15%)보다도 낙폭이 작았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콜금리 인하와 취득세.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율인하 방침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치동 부동산타운의 김미자 실장은 "지난주 초만해도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최근에는 뜸하게나마 시세를 묻는 전화가 온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계속 떨어지기야 하겠느냐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고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도 "재건축은 투자 수요가 많은 곳이라 정책에 굉장히민감하다"면서 "이번에 정부가 완전규제에서 부양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만큼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상승할만한 호재도 없어 당분간 보합이 이어질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아직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소장은 "가을 성수기가 오고 정부 태도도 어느정도 유연해지면서 낙폭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개발이익환수제를 흔들 정도의 정책이 나올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