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0∼2001년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40달러선에 근접했을 때만 해도 10년물 원유 선도계약 가격은 20달러선에 그쳤다"며 "원유 선도가격 급등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단기 불안요인 많다

우선 최근의 유가 급등은 '단기 악재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산유국들의 정치불안이 유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주권이양후 40여일이 지났지만 원유생산시설 등에 대한 저항세력들의 공격이 잇따라 발생,혼란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석유시설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테러가 빈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간의 갈등도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유코스사태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유코스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유가 급등세를 이끌었다.

세계5위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정치불안,전세계 석유매장량의 10%가 묻혀 있는 나이지리아의 종족분쟁도 유가 불안의 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뒷북치기식 증산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장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08년 석유생산 한계점 도달

그러나 유가 급등은 무엇보다 '수요급증'이 직접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소비증가로 지난해 원유수요는 24년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EA는 올해 세계 하루 석유소비량을 당초보다 75만배럴 많은 8천2백20만배럴로,내년도에는 73만배럴 늘어난 8천4백만배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잔존 원유매장량과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이 한계상황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지질학자들은 "석유생산이 2008년 정점에 도달,그 이후로는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성부족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탐사기술이 발달해 지구상에서 찾지못한 유정은 거의 없으며,70년대 이후에는 규모가 큰 유전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 로체스터 대학의 벤 에번핵 교수는 "각국 정부가 대체에너지 개발 등 석유소비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한 세계는 2030년 이전에 석유로 인해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영석·정지영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