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도? 작가님들 나 죽어도 이럴꺼야?"(최보영씨) SBS TV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 강은정, 연출 신우철 손정현)의 결말이 공개된 후 열혈 시청자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가까운 혼란에 빠졌다.


12일 오후 늦게 완성된 20부 대본에 따르면 한기주(박신양)와 강태영(김정은)의 사랑이 모두 환상 속의 이야기였던 것.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강태영이 지금껏 '신데렐라'를 소재로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것으로 드러난다.


19부와 20부 종반 직전까지 한기주가 자신이 기혜(정애리)의 아들이자 윤수혁(이동건)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혼란에 빠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윤수혁은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어디론가 멀리 떠나지만, 태영 역시 기어이 기주 곁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기주도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거야, 예전엔 이해 못했는데, 오늘에야 그 말 뜻 알겠다"며 태영을 보낸다.


2년 후 신차 개발에 성공한 기주는 파리로 향해 자동차 수리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찾는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쫓겨난 게 아니라 운명처럼 다시 태영을 만나기 위해 인생의 휴식 같은 시간을 맞는 것.


결국 두 사람은 첫 회 등장했던 분수대에서 다시 만난다.


간헐적으로 알려졌던 바로 여기까지가 태영의 시나리오 속에 있는 이야기.


그런데 '막판 뒤집기'가 또 있다.


시나리오 속 인물이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대사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전해진다.


시나리오에서의 첫 만남처럼 태영의 좌판대를 부순 기주가 나타나 두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엔딩 장면.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에 환상을 심어줬던 이야기가 드라마 속에서조차환상으로 끝나자 허탈해하고, 허탈함을 넘어서 분노로까지 치닫고 있다.


SBS 인터넷 게시판에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진 시청자들의 글이 속속 오르고 있다.

시청률 50%를 넘길 정도의 뜨거운 애정을 보였던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가혹한'결론에 '가혹한' 답글로 항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재영씨는 "돈 없고 가난한 여성들은 상상이나 하면서 자진 위로나 하라는 겁니까?"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이정현씨도 "마지막 한회로 인해 다 지워야 할 것 같다.

정말 정말 유감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열혈 팬들이 상주하는 '마이클럽' 게시판에도 마찬가지.


'레몬트리삼이삼'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엔딩이 정말 저렇게 끝나버리는 거라면, 기상천외한 결말이 저런거라면, 이제 '파리의 연인'은 접는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또 ID dew0321은 "작가가 우리의 진지하고도 열정적이었던, 진실된 마음을 보았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잔인한 펜으로 가장한 칼의 장난이다"라며 허탈해했다.


SBS 드라마국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김양 프로듀서는 "시청자들이 이처럼 거세게 나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다.


작가와 연출자가 상의한 결론이라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들이 간과한 것 하나.


드라마가 비록 허구 그 자체일지라도 환상 속 인물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받으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키우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