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갈등은 카드사의 구조적인 부실에다 최근 경기불황이 겹쳐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대출비중이 높을 당시 대출수수료로 적자를 메울 수 있었으나 최근 내수침체로 현금서비스 비중이 줄어들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들이 들고 나온 것이 '4.7% 원가론'이다.

그러나 가맹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한다.

◆ 비씨카드(카드업계) 입장

비씨카드측은 "이마트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가 계속될 경우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마트측에 이미 지난 7월 초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단 한번도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9월 초부터는 협상과 상관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가 이처럼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현금서비스 비중을 축소하고 신용카드의 본래 기능인 신용판매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수수료율 체계를 유지할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수익의 90% 정도를 가맹점 및 현금서비스 수수료에서 내고 있다.

현금서비스는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따라서 이익을 내기 위해선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씨카드의 주장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이익을 내려면 가맹점 수수료를 4.7∼5%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수수료율은 평균 2.25% 수준이며 할인점 백화점 정유업체 등 메이저 가맹점의 경우 1.5%에 머물고 있어 거래가 일어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씨카드는 또 서민들이 주고객인 할인점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는 5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많아 할인점에서의 손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비씨가 이마트에서 지난 7월 한달간 결제된 1백82만건을 분석한 결과 5만원 이하 결제가 전체의 53%인 96만건에 달했으며 평균 결제금액은 2만6천5백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이마트(할인점업계) 입장

이마트는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방침은 카드사 자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실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할인점은 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서민경제와 직결된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상에 나설 경우 할인점은 기업 생존을 위해 상품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또 카드사들이 무차별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손비용을 원가에 넣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마트 64개 점포의 월 평균 이용고객수는 약 1천5백만명이며 비씨카드를 이용한 결제금액이 전체 카드매출의 19%에 달해 이마트가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적잖은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

이같은 양측의 팽팽한 입장을 감안할 때 협상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특히 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앞으로 수수료 인상 철회를 위해 국회 등 다양한 방면을 통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씨카드와 이마트가 카드사와 할인점 양측을 대리해 샅바싸움을 계속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강창동ㆍ송종현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