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정부가 다각도의대응책을 고심중인 가운데 중국 역사교과서에 고구려사를 왜곡시킨 대목이 삽입될지 여부가 앞으로 한중간 `외교전쟁'의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로부터 검인된 역사교과서는 자국민에게 관련 내용을 정당화하고 주입시키는 공인된 역사인식의 과정으로, 중국이 교과서마저 손댄다는 것은 `고구려는 중국사'라는 것을 못박는 것으로 지금까지 중국이 시도해 온 외교부 홈페이지 등을 통한왜곡과는 그 성격이나 차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박준우 외교통상부 아태국장이 지난 주 방중 시 "중국 정부가 역사교과서 개정을 통해 우리 민족과 국가의 뿌리이고 정체성의 근본인 고구려사를 왜곡을 시도할경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중국정부에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내년 가을학기부터 사용될 중국 초.중.고 역사교과서 개정판의 지침으로서 금년내 확정이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역사교과과정표준' 내용을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정부 수립이전의 역사 삭제와 관영언론을 통한 고구려사 편입시도와 관련, 들끓는 국민여론을 여과없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하에 강경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계속적인 시정요구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중국의 `생떼'를 완전 뿌리뽑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돼 결국 교과서 왜곡까지 이어질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모든 외교역량을 동원한 전면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국장이 중국정부에 "어떤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점과 이수혁외교부 차관보가 10일 출연한 한 방송에서 `향후 중국과 외교분쟁시 대만외교강화.주중대사소환.한중정상외교 중단 등이 채택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카드를 절대 사용치 않겠다는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한 것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2001년 4월 일본 정부가 우익교과서 합격을 포함한 역사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만에 주일대사를 전격소환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강한 유감표시에 이어 교과서 문제를 다른 외교현안과 분리대응한다는 기존입장에서 급선회해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 진출반대, 대일 문화개방 연기, 국제적 공동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력대응을 천명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당국 이곳저곳에서 `주중대사 소환' 등 강경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전례에 비춰 사전에 중국을 고강도로 압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부가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금의 대(對)중국 `역사전쟁'도 결국 연내에 확정될 중국 교과서 개악 여부에 따라 `외교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중국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