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9주년을 앞둔 가운데 조선총독부 등 옛 일본인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등기돼 있는 전국의 땅 면적은 91.6㎢(2천7백여만평)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유지로 등기됐지만 이를 관리할 정부기구가 지정돼 있지 않거나 소유자 불명인 땅을 합치면 서울시 면적(6백5.52㎢)과 비슷한 규모인 5백50.33㎢(1억6천6백만평)의 토지가 부실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9일 이런 통계를 근거로 국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지만 국유화 조치를 게을리한 재정경제부를 제30회 '밑빠진 독'상 수상 대상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지난 2000년 8월부터 선심성 예산편성 사례 등을 수집,1조원 이상의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중앙 정부 기구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밑빠진 독'상을 주고 있다.

시민행동은 재경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유지 관리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지난 1945년 광복 이후 지금까지 조선총독부 등 일본인 명의로 된 전국의 땅이 7천7백17만8천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일제에 의해 설립됐으나 광복과 함께 국고에 귀속된 동양척식주식회사 중천광업 등 귀속·청산법인 명의의 땅도 1천4백44만3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이와 함께 일본인 명의의 토지 외에 국유지로 등기는 돼 있으나 관리청이 지정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땅은 2억3천1백75만3천㎡,소유자 불명으로 즉시 국유화 대상임에도 국유화 조치되지 않은 토지는 2억2천6백96만6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최인욱 시민행동 예산감시팀장은 "정부 발표를 토대로 국유지 1㎢당 지가를 추출해 대입해본 결과 일본인 명의의 땅 가격은 대략 4천7백12억원,소유자 불명인 전체 국유지 가격은 2조8천3백9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1년 헌법재판소가 '잡종 국유재산 시효취득 금지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들 일본인 명의 토지에 대한 국유화가 계속 늦춰지면 국가 소유권이 상실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