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사장은 지난 81년 국내 정유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던 호남정유(현 LG칼텍스정유)와의 '3백일 전쟁'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당시 업계 선두 유공(현 SK㈜)은 4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첨가제 'CX-3'를 앞세운 호남정유의 대공세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10%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알토란 같이 키웠던 주유소들은 초토화됐고 적진에 투항하는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유공을 살려낸 주역 중 한 사람이 바로 신 사장이다.

당시 직함은 판매기획부장대행.

영업의 전략 전술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사령부의 실무 책임자였다.

유공은 전국을 무대로 호남정유와 백병전을 펼쳤다.

열세 지역에 인력과 자원을 즉각 투입하고 주유소에 대한 외상거래도 대폭 확대했다.

또 옥탄가(연료의 이상폭발을 방지하는 성질을 나타낸 수치) 89짜리 '보통 휘발유'를 일선 주유소에서 모두 없애버리고 똑같은 가격에 94짜리 '고급 휘발유'를 깔아버렸다.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회사 재무구조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극약처방이었다.

유공의 작전은 적중했다.

상대는 예상대로 멈칫했으며 유공은 밀리던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보통 휘발유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 시장은 유공이 주도하는 고급 휘발유 시장으로 재편됐다.

당시 예측을 불허하며 상대의 의표를 찔렀던 마케팅은 지금도 정유업계의 전설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