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청와대가 경축사에 담을 '메시지'로 숙고중이다.

가장 큰 고민은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현재 경제여건이 투자와 내수부진 등 구조적인 문제로 비롯된 측면이 강해 '조기 회복론'을 내세우며 낙관론만 제시할 수도,언급을 피해 마치 내버려두는 듯한 인상을 보일 수도 없어 걱정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체질개선과 꾸준한 성장잠재력 확보가 중요하다.지금 당장 뾰족한 수는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어려운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심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정 현안 중 경제문제가 가장 큰 사안이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다양한 경로의 보고서를 챙기고 외부 건의내용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도 노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8·15경축사에 경제문제를 얼마만큼,어느 수준으로 천명할지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올해 5% 성장이면 적지 않은 성장이고,다양한 경제정보를 가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5% 성장이 가능하다면 믿어줘야 한다"며 언론에 대해서도 "자꾸 좋지 않은 쪽으로만 보지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외환위기 이후 빈부의 양극화 심화,중산층의 몰락과 이로 인한 내수침체인데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며 "경제기사를 다루는 '경제 저널리즘'의 역할이 경기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제문제는 8·15행사의 의미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해 경제문제는 최소한으로 언급,노 대통령 주재의 경제점검회의 등 다른 행사로 미룰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수석은 홍보·정무 비서관들과의 내부 협의와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경축사에 담을 대강의 윤곽을 마련,8일 오후 노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비경제부문 현안과 관련,"북한(북핵)문제는 전통적으로 8·15에서 언급됐다.

당장 현안은 없는 편이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좀더 두고볼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끝난 문제 아닌가"라며 청와대 내부의 소극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는 '동북아 중심국가' 등 국정과제 등을 거론하면서 오는 14일까지 핵심참모들이 참석하는 연설문 독회를 몇차례 가진 뒤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아직은 시일이 남았다"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