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노조가 아무런 소득없이 파업 19일째인 6일 사실상 '백기투항'함에 따라 무분별한 파업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정부와 사용자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한데다 비난 여론도 높아지면서 설땅을 잃어버린 노조가 결국 현장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서울지하철에 이어 이번 파업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얻을 수 있다'는 어설픈 집단이기주의적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사실 이번 LG노조의 파업은 '부자노조원'들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파업이어서 처음부터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가뜩이나 저임의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나만 잘살겠다'는 몰염치한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노조의 투쟁에 문을 열어줬던 대학들도 모두 문을 걸어잠그고 LG정유노조의 농성을 거부했다.

이번 백기투항을 계기로 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화섬연맹의 투쟁노선도 상당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전투적 운동기조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때문이다.

회사측은 파업지도부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하고 있어 대량해고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부자노조 파업이 남긴 것=LG정유노조의 파업은 처음부터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 회사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여기에다 노조원 평균 연봉이 7천만원에 달해 파업을 벌일 정도로 절박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섬연맹 여수공동투쟁본부의 주도로 파업에 돌입,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것이다.

LG칼텍스정유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직권중재회부와 동시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등 대규모 불법파업 때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오락가락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용자 역시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선 주동자 해고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여기에다 노조원들이 '허동수 회장 참수 퍼포먼스'를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까지 악화됐다.

막무가내식 '떼쓰기 파업'으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노조원 어떻게 처리할까=가장 관심거리는 LG칼텍스정유 파업 조합원들의 해고 여부다.

현재 회사측은 파업 주동자 모두를 해고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교섭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 화섬연맹은 업무복귀시한인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복귀'를 선언,일단 대량해고사태는 막았지만 해고자 수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분별한 불법파업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과거처럼 파업이 끝났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가면 내년에 또다시 불법파업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기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예 법대로 처리하는 게 우리 나라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늦어도 오는 9일까지 미복귀조합원과 가족들에게 징계위원회 회부 통보서를 보내고 16∼20일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함께 다음주 중 신규채용공고를 내 공장근무인력도 보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