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부자노조의 막무가내식 불법파업이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데다 시민들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고수준의 임금을 받는 LG칼텍스정유노조가 파업투쟁과정에서 허동수 회장을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일부 과격노조의 통념을 넘어선 엽기적인 투쟁에 대해선 그동안 상대적으로 노측에 동조해 오던 네티즌들조차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노조지도부가 '백기투항' 하며 파업을 서둘러 끝내는가 하면 파업강행 여부를 놓고 노조내부의 분열이 일어나는 등 불법파업을 주도해온 노조들의 투쟁대열이 흐트러지는 모습이다.

◆ 달라진 정부의 강성노조 대응

정부는 하투에서 서울지하철, LG칼텍스정유노조의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직권중재 회부와 공권력 투입으로 신속히 대처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등 대규모 불법파업 때 '법과 원칙-대화와 타협'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정부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국민경제나 시민생활에 영향이 큰 사업장의 불법 파업에 대해선 즉각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사측도 불법파업에 당당히 맞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도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며 노조를 압박하는 등 작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현 정부는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최대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일부 대기업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고임금투쟁까지 용인할 경우 경제타격은 물론 노조 설립조차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청년실업자들로부터 함께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 경영측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다"

사측의 대응자세도 작년과는 판이하다.

경총 관계자는 "최악의 불경기속에서 노사문제까지 노조 페이스로 끌려갈 경우 회사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사측은 원리원칙 대응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LG칼텍스정유의 경우 그동안 노조측에 당해온 경험을 살려 미리 대비책을 세워온 것도 이번 하투에서 주효했다.

이 회사는 대졸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면 의무적으로 공장 현장에 2년 간 근무토록 해왔다.

이 덕분에 강성노조의 장기파업에도 굽히지 않고 원칙대응을 하면서 공장을 정상가동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파업이 부결된 것도 사측의 원칙대응과 함께 노조내부의 자성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쟁점사항인 임금 인상의 폭과 근로시간 단축,연월차 휴가 등의 사안이 파업을 강행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사측의 설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민 여론 '고연봉ㆍ고복지 배부른 투쟁 용납못한다"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21일.

노사간 의견차가 커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평균 연봉 4천만원대를 받으면서 파업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비난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네티즌 '양치기중년'은 "월급이 적지 않은 사람들(노조원 평균연봉이 4천만원)이 인간답게 못산다고 하면 진짜 서민(전세나 월세 살면서 월수입 2백만원 미만)은 뭐냐"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조선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LG칼텍스정유 노조의 경우 조합원 6백여명은 학생들의 퇴거요구와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지역여론, 회사의 강경대응방침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한 조선대 학생은 학교 홈페이지에 "연봉 2천만원이라도 받는 곳에 취업하려고 방학 중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이상 피해를 주지말 것"을 호소했다.

특히 파업 중인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이라크 무장단체에 살해된 고 김선일씨의 참수 장면을 패러디, '허동수 회장 참수 퍼포먼스'를 벌이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반 LG칼텍스 노조' 정서는 극에 달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 때문에 고임금 사업장의 파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기설 노동전문ㆍ정태웅ㆍ송형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