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5일 개원한지 두달 가까이 된 지난 1일 현재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1백38건.16대 국회 같은 기간 39건의 3.5배에 이른다.

심지어 10개 법안을 낸 의원도 있다.

외견상 입법기관으로서 의욕적인 활동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제출된 법안중 상당수가 문제가 많거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누가 법안 많이 냈나=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방송법과 선거법,국민투표법,고용보험법,남녀고용평등법,사립학교법,지방공무원법 등 여러 방면에 걸쳐 10개 법안을 발의, 수위를 달렸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6개로 뒤를 이었고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5개 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전재희,박찬숙 김석준 의원은 4개 법안을 냈고 노동운동가 출신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4개 노동관계법을 제출했다.

법안의 60%인 81개가 초선이 낸 것이었다.

여야 공히 목소리가 커진 초선이 입법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점=법안 내용이 겹치거나 비슷한 중복 발의가 적지 않다.

선거법 개정안이 11건이나 제출된 것을 비롯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각각 9건 제출됐다.

개정방향이 비슷한 게 상당수였다.

심지어 선거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는 취지와 방향이 똑같고 몇 글자만 다른 것도 있었다.

시민단체의 입법평가를 의식한 의원들이 '건수올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당론과 배치되거나 당내에서도 개정방향이 충돌하는 사례도 있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안과 선거연령을 각기 19세와 18세로 낮추자는 안이 대표적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성향별로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개정안을 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방침과 상이한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준비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정부가 기존 공무원연금처럼 국민연금도 급여 지급을 보증하며 현행 월소득의 9%인 보험요율의 인상 여부와 인상 폭에 대한 결정을 2008년도까지 유보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비해 예산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의 마찰과 당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발의된 법안 중 상당수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16대 국회때 의원발의 법안의 가결률은 15.7%에 불과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조율'역할 주목=여야를 막론하고 우후죽순처럼 발의된 법안을 당론으로 통일시켜가는 과정에서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보안법 등 민감한 법안을 다수 내놓은 열린우리당이 주목된다.

당장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신기남 의장과 개정·폐지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생각이 다른 데다 의원들의 의견도 여러갈래여서 '신·천 투톱'이 당론 조율을 원만히 해낼지가 관심거리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