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인수 본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포스코의 열연강판 독점체제가 무너지는 등 철강업계의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INI컨소시엄은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열연강판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철근시장내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고 냉연강판의 생산도 늘리는 등의 부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자동차 생산 확대에 대비, 자동차용 강판재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INI컨소시엄은 막대한 인수자금 및 추가 투입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다 철근시장내 점유율 상승에 따른 독과점 문제와 향후 당진제철소의 운영방안 마련,한보철강 노조 파업 해결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철강업계 `양강(兩强)구도' 구축 = INI컨소시엄은 한보철강 인수로 연간 39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인수이후 세부적인 운영계획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가동이 중단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A지구의 열연공장(180만t)이나 미완공된 B지구 열연공장(210만t)이 가동되면 포스코에 대적하는 열연강판 공급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만 한보철강의 열연설비는 건설용 등의 저급재 생산용이므로 자동차 강판용 고급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와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역할분담이 이뤄지 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INI스틸은 또 한보철강 인수로 철근시장에서 약 30%였던 시장점유율이 41%로 높아져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현대하이스코도 냉연강판 생산능력을 연 180만t에서 380만t으로 대폭 늘릴 수있게 됐다.

이밖에도 철강업계는 INI스틸 컨소시엄이 쇳물에서 슬래브를 거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일관공정체제'를 가동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INI스틸 이용도 사장은 "당진제철소의 세부적인 운영계획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며 오는 8월말까지 운영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도 `산적' = 무엇보다 막대한 규모의 인수자금과 공장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입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INI컨소시엄은 현재 보유중인 자체자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공장의 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어야 할 자금규모까지 감안하면 자금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INI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가격은 당초 제시했던 9천100억원에서 소폭 조정된 8천700억∼8천80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사가 중단된 당진제철소내 각 설비를 완공하거나 가동이 중단됐던 설비의 재가동을 위한 자금까지 합하면 총 1조5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게다가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하면 철근시장의 점유율이 30%에서 41%로 높아지면서 1∼3위 업체를 합친 점유율이 75%를 넘게돼 독과점 논란도 예상된다.

INI컨소시엄은 최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으며 공정위의 독과점 여부에 대한 판단이 막판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INI컨소시엄은 또 열연강판 생산설비 가동여부 등 당진제철소 운영방안도 마련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노조와의 타협도 이뤄내야 한다.

◆철강업계 투자확대 본격화= 이번 한보철강 매각을 끝으로 환영철강, 기아특수강, 신화특수강, 진방철강, 영흥철강 등 그동안 진행돼온 부실 철강업체의 처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각 철강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철강시황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점을감안해 부실업체 인수나 생산설비 확충 등을 통해 생산규모를 키우는 대규모 투자에속속 나서고 있다.

한보철강 인수전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마신 포스코는 다음달 신기술 제철공법인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착공하는 등 오는 2008년까지 총 13조5천억원을 국내외에투자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포스코는 한보철강 인수대신 국내 철강부문에만 10조7천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확대하고 해외에도 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본격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전에 참가했던 동국제강도 올해 창립 50주년을맞아 철강 판재류 부문을 강화하고 물류와 해운, 건설 등 신규사업에 진출해 오는 2008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인 7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범양상선의 인수전에 참가했으며 브라질에 합작으로 슬래브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한편 영국의 슬래브 공장 인수도 추진하는 등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에 주력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