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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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혹은 나락)은 인간이 악업이나 죄과로 죽은 뒤에 간다는 형벌의 장소다.
나락은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서 유래된 것으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상황을 뜻한다.
기독교의 지옥인 '게엔나'는 예루살렘성 옆 힌놈 골짜기의 쓰레기 소각장으로 꺼지지 않는 불을 의미한다고 한다.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에서 이렇게 적었다.
'가라지와 쭉정이는 모두 거둬 불타는 곳에 던져라.그 말과 함께 내가 서있던 바로 옆에서 밑 없는 구덩이가 열리더니 그 아가리에서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 밀턴의 '실락원' 삽화 '지옥이 갈라진 곳'은 이런 상황을 형상으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에 그린 '최후의 심판' 지옥 부분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저승사자 카론이 베드로의 고깃배에 휘두르는 노를 피해 망망대해로 빠지는가 하면 뱀에 휘감겨 고통스러워 하고 서로 뒤엉켜 울부짖는다.
지옥은 불교에서 더욱 극명한 형태를 띤다.
불교엔 뜨거운 곳에서 고통받다 찬바람이 불어 살아나면 다시 뜨거워지는 등활지옥,뜨겁고 검은 밧줄로 온몸이 묶여 고통받는 흑승지옥,고통이 쉴 새 없이 닥치는 무간 또는 아비지옥 등 8열지옥은 물론 8한지옥도 있다.
지옥변상도(地獄變相圖)는 바로 이런 모습을 드러낸다.
구례 화엄사 시왕도의 '정철지옥'은 쇠못에 박히는 형벌을 받는 죄인,해인사의 시왕도는 망자가 저승다리 건너 염라대왕 앞에 서는 것부터 온갖 괴로움에 시달리는 과정을 10단계로 보여준다.
지옥에 대한 이런 묘사는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함으로써 생전에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이 3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옥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부패가 덜하고 삶의 수준도 높은 것같다'고 했다는 소식이다.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 중 첫째(베르베르 '뇌')라고 하거니와 지옥의 끔찍함을 생각하기만 해도 죄를 덜 짓는다는 얘기인 셈이다.
지옥의 힘이자 종교와 경제의 관계가 깊다는 뜻인 모양인데 종교인이 유독 많은 우리의 경우 부패가 끊이지 않는 건 무슨 연유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나락은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서 유래된 것으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상황을 뜻한다.
기독교의 지옥인 '게엔나'는 예루살렘성 옆 힌놈 골짜기의 쓰레기 소각장으로 꺼지지 않는 불을 의미한다고 한다.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에서 이렇게 적었다.
'가라지와 쭉정이는 모두 거둬 불타는 곳에 던져라.그 말과 함께 내가 서있던 바로 옆에서 밑 없는 구덩이가 열리더니 그 아가리에서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 밀턴의 '실락원' 삽화 '지옥이 갈라진 곳'은 이런 상황을 형상으로 보여준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에 그린 '최후의 심판' 지옥 부분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저승사자 카론이 베드로의 고깃배에 휘두르는 노를 피해 망망대해로 빠지는가 하면 뱀에 휘감겨 고통스러워 하고 서로 뒤엉켜 울부짖는다.
지옥은 불교에서 더욱 극명한 형태를 띤다.
불교엔 뜨거운 곳에서 고통받다 찬바람이 불어 살아나면 다시 뜨거워지는 등활지옥,뜨겁고 검은 밧줄로 온몸이 묶여 고통받는 흑승지옥,고통이 쉴 새 없이 닥치는 무간 또는 아비지옥 등 8열지옥은 물론 8한지옥도 있다.
지옥변상도(地獄變相圖)는 바로 이런 모습을 드러낸다.
구례 화엄사 시왕도의 '정철지옥'은 쇠못에 박히는 형벌을 받는 죄인,해인사의 시왕도는 망자가 저승다리 건너 염라대왕 앞에 서는 것부터 온갖 괴로움에 시달리는 과정을 10단계로 보여준다.
지옥에 대한 이런 묘사는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함으로써 생전에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이 3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옥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부패가 덜하고 삶의 수준도 높은 것같다'고 했다는 소식이다.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 중 첫째(베르베르 '뇌')라고 하거니와 지옥의 끔찍함을 생각하기만 해도 죄를 덜 짓는다는 얘기인 셈이다.
지옥의 힘이자 종교와 경제의 관계가 깊다는 뜻인 모양인데 종교인이 유독 많은 우리의 경우 부패가 끊이지 않는 건 무슨 연유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