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퇴직하고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돈을 벌러 일 나가셨다∼.'

불황의 깊은 골에 동요가사도 바뀌게 생겼다.

고용불황 속에 일자리를 찾아나선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백수남편' 대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주부들이 대거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기혼여성의 이력서 등록은 모두 3만7천9백86건.

지난 2002년 같은 시점(2만9백62건)에 비해 81.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구직자 증가정도(57.3%)를 훨씬 웃도는 것이며 청년실업난에 시달리는 20대 구직자 증가율(83.7%)과 맞먹는 수치다.

특히 40∼50대에서 주부 구직자가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40대의 경우 2년 전보다 2백12.4% 치솟았다.

50대 이상 등록자수는 2002년 82명에 불과했던 것이 6월 말 현재 5백2명에 달한다.

증가율로 따지면 물경 5백12.2%.

통상 경제활동 의지가 가장 강한 20∼30대(38.2%, 1백56.7%)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사오정'으로 대변되는 직장인 조기퇴직 풍조와 맞물려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반증.

이와 관련,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 창업ㆍ취업 박람회'에서는 5천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남편의 직장이 불안해지면서 주부들의 생계형 취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얼마전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동향 자료에서도 '남자 전업주부'와 '주부취업'이 동시에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을 포기하고 가사에 전념하는 남자는 지난달 12만8천명.

지난해 같은 달의 6만9천명보다 85.5% 늘었다.

반면 여성 신규 취업자는 전년 같은달보다 2.6%(23만8천명) 증가해 남자 취업자 증가율(1.5%)을 웃돌았다.

하지만 주부들에게도 취업전선은 만만치 않다.

6월 말 현재 인크루트에 등록한 기혼여성 구직자중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16.5%에 불과하다.

그것도 식당서비스, 베이비시터, 노인도우미, 할인매장 판매사원 등 단순직이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는 "각종 지표로 볼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됐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예전에 일하던 수준으로 복귀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여성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며 주부들은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재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여성들이 직업 활동을 그만두지 않도록 육아 등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