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7일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것이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반응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정체성 혼란을 일으킨 참여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 대표는 "나는 그동안 검증받았고 사과도 했다"면서 "참여정부 인사들이 과거사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검증하고 정체성 혼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이 핵심은 비껴나가고 홈페이지에 변명과 궤변만 올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한 뒤 "자잘한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며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옳으면 옳다,아니면 아니다고 핵심을 내놓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을 밝힐 것을 거듭 촉구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공부해 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부끄럽다고 고백한 것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유신의 파트너였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이것은 자발적으로 유신에 협력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이 발끈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박 대표는 헌법수호를 이야기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며 "박 대표는 남의 재산을 빼앗아 만든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부터 사퇴하라"고 반격했다.

윤호중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정체성 논쟁은 해묵은 메카시즘"이라며 "5공화국으로 가자는 것인지,3공화국으로 가자는 것인지 박 대표의 정체성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반면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강공에 정면대결을 피하며 한발 물러섰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 입장을 밝힐게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내부의 논의여부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노 대통령도 이번주 들어 경제현안에 대한 내부의 비공식 논의와 보고 등으로 일정이 바쁘다"고 전하며 별다른 대응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대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누가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조선·동아일보를 겨냥, "야당 대표의 등에 올라타 함께 국가정체성을 따지며 때아닌 색깔공세를 벌인다"며 "안보상품화의 향수에서 깨어나라"고 비판했다.

허원순·박해영·최명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