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글로벌,카드채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자산운용업계가 연초보다 30% 이상 급감한 1백45조원의 펀드수탁고로 마감했을 때 업계관계자들은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들어 펀드수탁고가 지난해말보다 20조원 정도 늘었는 데도 운용업계의 탄식은 여전히 깊다.

이유는 1백68조원(7월23일 현재)의 운용자산중 MMF가 57조원,3개월짜리 단기채권형펀드가 37조원 등 단기상품이 절반을 넘는 탓이다.

초단기상품은 운용업계의 수탁고 구조를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운용보수도 적어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 금융시장만의 고충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결국 부동산 주변을 맴돌거나 해외로 빠져나가게 돼있다.

왜곡된 자금흐름을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선순환시키기 위한 자본시장 유인책의 하나로 주식형 장기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강력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펀드에 대해서는 1년을 보유하든 5년을 보유하든 현재는 은행의 확정금리상품과 동일하게 과세(소득세 15%+주민세 1.5%=16.5%)하고 있다.

이것을 5% 정도로 내리거나 장기 보유할수록 감면폭을 확대해 준다면 장기투자상품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소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감소 문제를 우려할 수도 있으나 세제혜택을 받는 펀드의 판매가 늘면 세수도 늘 것이기 때문에 세수감소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현재 장기주식형저축에 한해 2005년말까지만 주어진 비과세혜택을 상설화하고 봉급생활자에게 혜택이 큰 세액공제혜택까지 준다면 강력한 간접투자 유인책이 될 것이다.

지난 2001년에 등장했던 비과세 장기펀드는 한햇동안 12조원 이상 팔렸다.

영국에서도 지난 93년 PEP(Personal Equity Plans)란 비과세장기주식형펀드를 출시,6년만에 6백억파운드(약1백28조원) 가까이를 팔았다.

이 펀드의 성공에 힘입어 영국의 전체 투자신탁수탁고가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비과세상품의 간접투자유인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장기주식형 상품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은 시중자금을 생산적 방향으로 돌린다는 목적 이외에도 단기투자에 집중된 우리 국민의 투자성향을 장기투자로 전환시키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급속한 반면 퇴직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는 실질적 은퇴기간이 길어진다는 뜻으로 장기에 걸친 노후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이자로 노후대비가 가능했던 고금리시대와 달리 실질금리 제로시대에는 국민 개개인에게 저축과 투자가 조화를 이룬 생애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적립식펀드 같은 장기상품에 세액공제 등 강력한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면 우리 국민의 투자문화도 일대 발전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적립식펀드는 증권시장의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자금원이라 자본시장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장기투자 자금규모가 확대되면 수급기반이 취약해 외국인의 매매에 울고웃는 천수답 장세인 우리 증시의 허약한 체질도 많이 개선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자본시장의 장기적 안정적 발전에 기여도가 큰 주식형 장기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투자자에게는 강력한 세제혜택을 주어야 하며 그것도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우리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꾸준히 주지 못했다는 점은 자산운용산업에 30년을 몸담은 필자로서는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IMF 등 시련을 거쳐 살아남은 우리 기업체질은 튼튼해져 있고 외국회사들이 인정할 정도로 펀드의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수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됐다.

장기 주식형상품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탈바꿈하고 자산운용산업이 경제도약의 견인차로 발전해나가기를 바라는 우리의 기대가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