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한기택 부장판사)는 23일 염료공장에서 오랜 기간 아닐린(aniline)이 함유된 용제염료를 다루다 백혈병으로 숨진 심모(당시 56세)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우리나라 법원은 벤젠에 대한 직업적 노출은 백혈병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아닐린을 백혈병의 원인으로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아닐린의 발암 가능성에 대해 동물실험에서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반면 역학적 연구에서는 충분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보고있지만 최근의 연구는 아닐린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아닐린 염색작업자들에게서도 발암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아닐린 함유 물질로 작업을 한 심씨에게 화학물질 노출 외에 다른 발암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업무중 사용한 아닐린이 체질 등 기타요인과함께 급성 백혈병을 발병시켰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료공장에서 23년간 유기용제를 다룬 심씨는 2001년 9월 혈액검사 결과 백혈병진단을 받고 항생제 등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두달 뒤 숨졌으며 근로복지공단이 심씨가 취급한 물질을 발병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보상금을 주지 않자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