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전력대란'이 우려된다.

아파트단지에 정전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산업현장에서는 냉방용으로 전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바람에 생산용 전력이 부족해 조업을 중단하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전력사용량이 4천9백29만2천kW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지난 20,21일에도 각각 4천7백51만1천kW, 4천8백34만1천kW를 기록해 이전까지의 하루중 최고사용량(지난해 8월22일, 4천7백38만5천kW)을 크게 웃돌았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올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전력수급에 차질이 예상돼 막대한 산업피해가 우려된다.

◆ 산업현장마다 전력난 대비에 초비상 =울산 포항 대구 구미 등 영남권의 일부 공장에서는 전력 과부하로 인한 조업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19일 한때 회사 내 최대 전력사용량이 14만3천7백kW를 기록, 자체 설비용량인 14만3천kW를 넘어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회사측은 무더위가 장기화돼 한계설비용량인 15만kW를 넘어서면 조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평소 전력사용량이 많은 울산 석유화학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전력 울산전력소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냉방용 전력사용량이 지난 19일 80만4천kW, 20일 80만8천kW, 21일 85만2천kW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력사용량이 일시에 집중될 경우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상가 병원 아파트 등의 피해도 잇따라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일시적인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지난 18일 정전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21일 오전에는 백화점 옆 롯데시네마의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J병원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가 고장나 한때 정전됐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과부하로 변전기에 화재가 발생, 정전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1일 밤 울산시 남구 야음동 D아파트 지하 변전기에서 불이 나 6개동이 정전돼 수백여명의 주민이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일부 주민들은 멈춰선 엘리베이터 안에서 20여분 이상 갇혀 더위와 어둠으로 불안에 떨기도 했다.

◆ 정부도 긴급대책 마련에 나서 =대형 정전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방방재청은 이상고온시 전력 공급예비율 감소에 대비, 축랭식 냉방설비 등 고효율 기기의 보급확대를 관련 기관에 요청키로 했다.

또 정전시 단계별 긴급복구 대책을 마련하고 낡은 전력 공급시설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울산=하인식ㆍ김철수ㆍ이태명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