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위조해 부동산 매매대금만 가로챈 사기사건과 관련, 중개업자가 사기범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매매를 성사시켰다면 절반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신성기 부장판사)는 20일 서류 위조범에 속아 아파트 구입대금 3억5천여만원을 사기 당한 박모씨(42)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법무사,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개업자는 원고에게 피해액의 60%인 2억1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개업자는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이 실제 주인인지 여부와 권리관계 등을 부동산 등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을 통해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매도인이 평소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 깊게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도 매수인으로서 매도인이 정말 주인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데 중개업자 말만 믿고 계약을 맺은 책임이 있다"며 "따라서 중개업자의 책임은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02년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서 "시세보다 싸게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계약금 5천5백만원, 잔금 2억8천여만원에 산 뒤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후 실제 집주인이 나타나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하자 신분증과 서류를 위조한 사기범에게 속아 가짜 집주인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알게 돼 소송을 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