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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작심한 듯 연일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 부총리가 평소 발언할 때 이중 삼중의 복선을 깔 만큼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발언들이 어떤 "의중"을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16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경제관련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17대 국회가 매우 진지한 것 같은데 (초선의원들이 많아서인지) 내용은 모르면서 진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8월 임시국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각 부처는 추진 중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전 검토와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취임 후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마련했던 고용창출형 창업·분사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이나 사모펀드 활성화방안 등이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제출됐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류되는 등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은데 따른 불편한 심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를 모르는 의원들을 미리 미리 찾아가 법안을 설명하고 꼬투리를 잡힐 만한 일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라는 주문으로 주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경제 법안처리가 국회 일정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며 "예컨대 국내자원을 활용해 투자를 활성화하려고 마련한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안은 상임위 상정조차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일부에서는 이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들이 단순히 정치권에 경제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현 정치주도 세력과 결별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지난 14일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강연에서 "경제발전의 주역을 맡아야 할 386세대가 정치적 암울기를 거치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국회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386세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지금의 경제상황이 위기는 아니지만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로 비유했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총선 전에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탄핵사유로 꼽을 때만 해도 "새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신용불량사태 등 악재들이 산불처럼 번진 상황에서 이를 잘 수습했고 이제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었다.
또 하반기에는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최근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