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PCA의 대투증권 인수가 완료되면 증시에서 외국자본의 입김은 한층 거세지게 된다.

상장기업의 지분 43%(시가총액 기준) 이상을 확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해 온 외국인이 자산운용시장마저 장악, '자본시장의 주권상실'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선진금융 노하우로 무장한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은 신뢰상실로 탈진 상태에 빠져 있는 투신시장에 새 바람을 넣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향후 금융산업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자산운용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경영간섭이 보다 커지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외국인이 유통시장의 보유지분은 물론 펀드 의결권을 이용, 기업경영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투신사의 수탁고 비중은 2001년 말 16.9%에서 2003년 말 24.2%로 껑충 뛰었다.

현투증권이 푸르덴셜로 넘어간 지난 6월 말에는 39.5%까지 높아졌다.

PCA가 대투를 인수하면 그 비중은 49.3%에 이른다.

세계 최대 투신사인 피델리티가 조만간 국내 영업에 본격 나설 예정이어서 절반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지난 40년간 투자신탁 시장을 주도해 왔던 '빅3(한투 대투 현투)'중 두 곳이 외국계로 넘어간 것은 국내 간접투자시장이 외국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자본의 공격적인 시장확대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최홍 랜드마크 투신 사장은 "지난 5년여간 침체를 거듭했던 투신시장이 선진자본의 진출에 따른 신뢰회복, 선진금융 노하우 전수 등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리한 외형경쟁, 허술한 리스크관리, 단기 투자관행 등 낙후된 국내시장이 외부수혈을 통해 선진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펀드의결권을 통한 경영간섭, 금융회사간 정책적 공조체제 붕괴와 같은 부작용은 큰 문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외국인이 유통시장의 보유 지분은 물론 펀드 의결권을 이용, 기업경영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크리스토퍼 쿠퍼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도 이날 "대투가 PCA로 인수되는 것은 한국 투신 산업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펀드 의결권은 펀드가입자(고객)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행사하는게 원칙"이라며 경영간섭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LG카드사태와 같은 금융불안 요인이 발생해도 범 금융권간 정책공조가 어려워진다.

사실 과거 대형 3투신은 대우채 환매, SK글로벌 사태, 카드사태 등 금융위기 때마다 금융당국과 다른 금융회사와의 정책공조 체제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앞으로 이같은 정책공조는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