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외국인투자유치에 발군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도가 돋보이는 점은 첨단업종 중심으로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 지사는 "장기 경기침체로 국내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자유치만이 돌파구"라며 "'외자라면 무조건 환영'이라는 식이 아니고 국가 경쟁력과 산업 파급효과가 큰 첨단기업의 선별 유치를 통해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산업구조를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투자유치 비전을 설명했다.

손 지사가 취임한 2002년 7월 이후 40개 기업, 1백17억3천만달러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켰다.

이재율 경기도 투자진흥관은 "이에 따라 2만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되며 LCD 등 전자, 자동차부품, R&D센터 등 첨단산업클러스터 조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기도가 분발하는 배경에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수도권기업 지방이전 정책 등으로 수도권의 산업경쟁력이 약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 올해 투자유치 30건 10억달러 =대규모 외자유치 성공은 잘 갖춰진 인프라 시설과 간소한 행정절차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들기'를 위한 전방위 노력의 결실이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을 방문한 투자유치단이 세계적 기업인 독일의 티센크루프, 홈멜베르크, 위첸만, 라이볼트 보쿰, 프랑스의 방위업체인 탈레스사 등 9개사로부터 4억1천2백만달러의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도가 올들어 유치한 외국자본은 모두 30건, 1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외자유치는 공장을 설립하는 직접투자 형태여서 연관기업의 투자촉진과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크다.

경기도는 이들 기업을 위해 어연ㆍ한산, 추팔, 포승, 현곡 등 외국인단지를 조성했으나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자 화성 금의(18만평), 평택 오성(40만평)단지를 추가로 조성하고 있다.

이재율 진흥관은 "추가로 조성되는 외국인 전용단지는 매입 및 조성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2백여개의 외국기업 공장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어 공장부지난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 첨단클러스터 가시화 =경기도가 유치한 대규모 외자유치는 역점 1호사업으로 추진해온 LG필립스LCD사의 파주공장과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평택 포승단지 내 TFT-LCD공장 확장 건이다.

LG필립스LCD사는 1백억달러를 투자, 파주에 50만평 규모의 LCD공장을 건립하게 된다.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2006년 하반기께 본격 가동된다.

파주공장은 인근에 협력단지 60만평이 추가로 조성되고 있어 1백10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LCD클러스터다.

이는 삼성전자의 충남 아산시 탕정 TFT-LCD단지와 평택을 잇는 첨단 LCD클러스터 조성의 기폭제가 됐다.

평택 현곡ㆍ화성은 자동차부품 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에는 LCD편광필름 등 반도체용 첨단부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니토덴코, 알박, 호야와 미국의 자동차부품업체인 TRW, 존슨컨트롤스가 입주를 결정했으며 스위스의 자동차부품사인 발저스도 곧 입주하게 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미국 델파이사의 용인 R&D센터도 내주에 완공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원~성남~분당으로 연결되는 IT-BT 등 R&D클러스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분당의 R&D센터에는 세계적 기업인 시멘스 메디컬과 내셔널 세미컨덕터사의 입주가 결정됐고, 그래피온 등 반도체ㆍ의료기기 관련 첨단업종의 연구소와 공장도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더구나 세계 최대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듀폰과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 프랑스 파스퇴르사도 연구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문미성 경기개발연구원 경제사회연구부장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LCD,자동차부품단지 등은 글로벌 시대에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클러스터가 돼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끄는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지사는 "외국 첨단기업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하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때문"이라며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으므로 이 지방, 저 지방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