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의 일부 대학생들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파필로마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 virus)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PV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인 HIV와 마찬가지로 주로 성접촉을통해 감염되며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 여성환자의 90% 이상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14일 국립암센터 연구소 신해림.노주원 박사팀이 미국에서 발간하는 감염질환분야 저널(Journal of infection disease) 8월호에 투고한 `한국 대학생의 HPV 감염실태' 논문에 따르면 대도시 A에 거주하는 평균 20세의 대학생 1천53명(남 381명,여672명)을 조사한 결과 여학생 15.2%, 남학생 8.7%에서 HPV 유전자가 각각 검출됐다.

하지만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한 학생(남 217명, 여 165명)만 놓고 봤을 때는 HPV 감염률이 여학생 38.8%, 남학생 10.6%로 더 높아졌다.

특정지역 대학생을 조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국내 전체로 확대할 수 없지만 다른 지역들도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워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이에 앞서 이 연구팀이 가정주부 등 성경험이 있는 평균나이 44세(20~74세)의대도시 A 거주 일반 여성 8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HPV 유전자가 10.4%에서검출됐다.

특히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현재 성관계 파트너가 여럿일 경우 이 바이러스에감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했다.

국내에서 결혼한 여성이나 유흥접객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HPV 감염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HPV 감염자의 감염 지속성 여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이 바이러스 감염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밝히기 위해 12~16세 여성을 대상으로추가조사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신 박사는 "국내 젊은 여성들은 처음 성관계를 가지는 시점이 평균 18살로 미국이나 유럽보다 늦지만 이후 HPV 감염률은 미국과 북유럽 여성과 비슷하다"면서 "HPV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건전한 성생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교수는 "HPV는 성접촉을 하지 않아도 구강 점막 등을 통해감염될 수 있다"면서 "자궁경부암 환자와 이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크긴 하지만 젊을때 검출된 바이러스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