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쟁력이 취약한 제조업분야의 대책을 마련하면서 2-3년내에 협상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 소장은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4단체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공동개최한 '한-일 FTA 대토론회'에서 '세계화전략의 필요성과 FTA추진 로드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 중국, 미국 등 강대국과의 FTA는 우리경제의 고도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현실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 소장은 중국과 FTA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행 등 중국의 내부정비가 완료되는 상황에 맞춰 협상을 시작해 앞으로 3-4년내로 마무리 지어야 하며 미국과는 일본, 중국과의 FTA가 성공적으로 작동했을 때 시작해 5-7년내로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중.일(5-6년) 및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4년)과의 FTA 역시 일본 및 중국과의 협상이 완료된 뒤 추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일 FTA 추진 현황과 한-일 FTA 체결에 따른 경쟁력 취약부문을 점검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일 FTA가 갖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일 FTA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아직 피상적인 수준에 그쳐있다"면서 "부품.소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보완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최근 1천522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산업연구원(KIET)이 마련한 관세양허안 초안을 수용한 업체는 28.0%에 불과하고 나머지 72.0%는 단축이나 유예 등의 조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54.4%가 KIET 관세양허안보다 관세인하 유예 시기를 단축할것을 희망했으며 17.6%는 이를 연장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기술상 대외비로 분류돼 있는 KIET 관세양허안은 대일 교역적자나 수입규모,수입의존도가 클수록 관세인하 유예기간을 길게 잡고 있으나 이번 실태조사에서는이런 품목일수록 기술개발이 어렵고 국내조달이 어려운 부분이어서 원가절감을 위해 수입관세를 조속히 철폐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기계 등 일본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업종은 관세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관세인하를 유예시켜 줄 것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자동차 업계 대표는 한-일 FTA가 체결되면 일본 자동차나 부품의 수입은 급증하는 반면 대일 자동차 및 부품수출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FTA 체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자업계도 제조.응용기술은 일본과 경쟁력이 비슷하나 핵심기술 및 소재, 브랜드 이미지, 유통 및 마케팅 등에서는 일본에 뒤떨어져 있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히고 관세인하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부품.소재산업 기반강화를위한 획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유화학은 양국 모두 공급과잉 상태로 일본기업이 우리시장에 덤핑수출을 하고있는 상황이어서 관세가 인하될 경우 일본업체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날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진 한국노총 대외협력국장이 참석, 한-일 FTA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보완대책 없이 협정체결이 추진될 경우 노동계 차원에서 비준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