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여명이 숨진 3.11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파 테러 사건이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수 십쪽 분량의 전화 녹취록이 입수됐다고 미 뉴욕타임스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테러리스트의 전화 수다:마드리드 음모는 '나의 거사'"(The TalkativeTerrorist on Tape:Madrid Plot 'Was My Project'"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달 7일체포된 라베이 오스만 사예드 아메드라는 혐의자가 사건 발생 직후 공모자에게 전화하면서 자신이 사건의 배후라고 발설했다고 보도했다.

아메드가 공모자에게 전화하면서 "내가 사건의 실마리"(thread behind the plot)라면서 "모처에서 곧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고 이 전화 통화 내용이 당국에 포착돼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전화통화에서 모처에서 곧 터질 사건과 순교자들을 이라크에 보내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자신의 결혼과 돈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 전화녹취록과 함께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각국관리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볼 때 아메드가 지난 수 년 간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국경을 넘나들고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서방에 대한 테러를 부추겨왔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3.11 열차 테러 사건과 관련한 '스페인 조사당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아메드가 이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실제로 이 사건을 총체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드는 1999년과 2000년 독일의 한 감옥에서 16개월 동안 수감돼 있었고 이때 아랍어 억양을 넣어가며 '팔레스타인 무국적자'로 행세하면서 정치망명을 시도했다.

이어 2001년과 2002년에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일단의 아랍 극단주의자들과 관계를 가졌으며 이들 중 일부가 2004년 3.11 테러 사건때 가담해 죽거나 체포됐다.

2003년엔 파리에 머물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막노동이나 페인트 일을 하며생계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깔끔한 아파트에 살면서 소득이 높은 이웃들과 사귀면서 위성으로 수신되는 아랍어 영화를 보거나 뉴스를 청취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밀라노에서 아메드와 한 방을 썼던 가지 비델이라는 27세의 이집트인 피자요리사는 "우리는 그에게 직업을 찾아주려 했으나 그는 일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페인 경찰이 3.11 마드리드 사건에 가담한 혐의자 2명 가운데 한 명이 갖고있던 전화번호부에서 아메드가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던 전화 번호를 찾아낸 직후인지난 4월, 이탈리아 경찰이 아메드의 전화번호를 추적하고 그의 아파트를 도청하기시작했다.

아메드와 공모자 두 사람은 지난달 체포돼 현재 밀라노에 수감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