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장률 등 앞으로 발표하는 공식 중심 통계지표를 '전년동기 대비'에서 '전분기,전월 대비'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의 통계체계가 경제 현상과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경기판단과 정책수립에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통계기준시점을 바꾸겠다는 구상에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건 아니다. 예를들어 지금 경제가 나쁘지만 지난해 이맘때가 더 안좋았을 경우 전년동기와 비교한 통계만 보면 마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착시(錯視)현상'이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가 지금까지 경기회복을 위한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부실한 통계'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통계부실을 탓하는 정부의 주장은 다음 몇가지 이유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선 지금도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이 핵심지표들에 대해 '전분기(월) 대비'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통계착시에 대한 문제점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때 잘 드러났고,이에따라 99년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 도소매물가지수 등 주요 지표들이 전년동기 대비와 함께 전분기(월) 대비 통계를 보조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경제흐름을 알려주는 통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도 아니다.

통계법에 의거해 정부의 승인을 받아 발표되는 통계만 무려 4백65종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는 경제와 관련된 통계이다.

이들 통계만 제대로 봐도 우리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는데 결코 부족함이 없다.

물론 최근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있어 이를 종합한 수치의 평균값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들이 삼성 현대 등 일부 '잘나가는 기업들'을 제외한 기업들의 순익을 별도로 작성해 보는 등 다양하고 시의성있는 통계를 많이 내놓고 있어 경기흐름 파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민간부문의 통계조사를 주요한 정책참고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결국 정부가 올바른 경기판단과 정책수립을 못하는 것은 잘못된 또는 부족한 통계 때문이 아니라 위기 상황의 지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낙관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안이한 자세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가 어려운 지금 뜬금없이 '통계부실론'을 들고 나올게 아니라 그동안 실물경제 동향파악에 소홀했던 것부터 반성하는게 순서다.

통계체계의 개편이 또 다른 변명을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