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정보통신부 기자실.한때 국론분열의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던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미국식으로 극적 합의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방송계 산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이 사안을 브리핑한 사람은 정보통신부의 실무 담당 과장이었다.

보충 설명을 위해 전임 방송위성과장이 옆에서 도와줬을 뿐이었다.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노성대 방송위원장,정연주 KBS 사장,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들은 이날 아침 오전 7시40분께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서울 호텔에 모여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으레 찍는 기념사진조차 남기지 않았다.

무려 3년6개월간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첨예한 논쟁을 벌였던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극적인 합의치고는 초라할 정도다.

이날 모임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통부 공보관실도 몰랐을 정도다.

이유는 언론노조 때문이라고 한다.

합의가 됐다는 기사가 미리 나갈 경우 언론노조가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어 정통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시청자 권익보호와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는 자리를 굳이 비공개로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에 공개되면 '번복될 수 있는 합의'란 얘기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은 한 자리에서 합의과정을 공개하고 합의 사항을 준수하겠다는 명백한 입장표명을 했어야 했다.

그동안 이들은 거의 적대적인 논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서로에 대한 앙금도 씻고 디지털TV방송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합의안에 대한 신뢰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당사자들이 없는 브리핑장에서는 "어떻게 왜 갑자기 합의를 했느냐" "발표하지 않은 이면합의는 없느냐"는 질문들이 재차,삼차 이어졌다.

합의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누가 봐도 찜찜한 브리핑이었다.

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