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던 제7호 태풍 `민들레'가 4일 오전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됐으나 전남 목포에 150여㎜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및 가옥 침수, 항공기 결항, 선박 좌초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이번 태풍은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린데다 열대성저기압으로 약화됐음에도 불구, 아직도 강한 바람과 비구름을 포함하고 있어 이날 밤까지 만조와 겹치는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 저지대는 침수 및 해일 피해가 우려된다.

◆태풍 소멸 = 제7호 태풍 `민들레'는 이날 오전 9시께 제주 서남서쪽 200㎞ 부근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되면서 소멸됐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제주.서해남부.남해서부 등에 내려진 태풍경보와 나머지 지역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를 해제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태풍에서 약화된 열대성 저기압이 강한 비구름을 동반하고 있다며 부산.울산.경남북.서울.경기.강원도에는 호우주의보, 부산.경남남해안에는 해일주의보를 각각 내렸다.

◆태풍 피해 = 3일 오후 시간당 6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전남 목포지역은 4일 오전 3시35분께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정동 북항, 삼학도 등의 일대저지대 도로 4곳이 침수된 외에도 주택.상가건물 157채, 농경지 18㏊가 물에 잠기는등 피해가 집중됐다.

전북 군산시 해망동 해안도로 부근에도 이날 오전 4시께 만조시간대에 도로위로바닷물이 넘치면서 인근 주택 10여채가 침수되고 김제시 신촌동과 요촌동 저지대 상가 100여채도 한때 물에 잠겼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마산지역은 밤 사이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으나 만조로 인한 바닷물 역류로 신포동 일대 어시장 횟집 20여곳과 대우백화점 뒤 저지대 도로가 침수됐고,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화원시장앞 도로500여m도 내린 비로 물에 잠겨 한때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2시 현재 목포시 용강동 등13개 지역과 경북 구미시 인의동, 김제시 요천동 일대 상가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목포시 죽교동과 김제시 만경읍 등 농경지 32㏊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태풍으로 인한 사건.사고 = 태풍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잇따라 4일 오전 10시5분께 전남 여수시 만덕동 만성리 해수욕장 방파제 부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1천t급 케미컬탱커(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대부호가 좌초됐으나 다행히 배가 앞쪽으로 10도 정도 기우는데 그쳐 인명피해나 기름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3일 오후 5시20분께 경남 창원시 북면 매곡리 B레미콘회사의 공사현장 위쪽의절개지가 무너지면서 토사가 이 회사 조립식 패널 건물을 덮쳐 건물안에 있던 박모(70)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항공기 결항 및 선박 대피 = 많은 비를 동반한 이번 태풍 민들레로 인해 서울과 남부지방을 오가는 왕복 항공기 130여편이 잇따라 결항됐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45분 김포발 포항행 아시아나항공 OZ8331편이 뜨지 못하는 등 오후 3시30분 현재 김포-부산 왕복 48편, 김포-여수 18편, 김포-제주 17편 등 모두 131편이 결항되고 중부지역을 오가는 일부 항공편만 정상 운행됐다.

제주항 등에는 태풍을 피해 대피한 선박 8만7천여척이 묶여져 있고 지리산국립공원 등 전국 18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요 등산로 132개구간이 통제돼 등산객 87명이 지리산 장터목등 8곳의 대피소에 분산 대피한 상태다.

울릉도를 찾은 300여명의 관광객들도 3-5m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포항-울릉도간 정기여객선 운항이 중단돼 발이 묶였다.

(전국종합=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