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께 중소기업인들이 서울 여의도와 과천 정부청사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사전준비에 한창이다.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단체수의계약 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약 3만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참가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기업인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는 정부가 중소기업제품을 우선 구매해주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1만3천개 기업의 '밥줄'역할을 해오던 제도를 없애기로 하자 분노에 못이긴 기업인들이 거리로 뛰쳐나가겠다는 것이다.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은 이렇다.

현재 중소제조업체의 연간 생산액은 약 3백조원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49%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연간 구매하는 80조원 규모의 조달액 가운데 적어도 49%는 중소기업제품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원'이 아니라 '제몫'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총구매의 6.1%에 불과한 4조8천9백억원어치(지난해 기준)를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해오다 이것마저 없애기로 한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보험 금융 증권 등의 업종에 대해 과점을 인정해주고 '공적자금'까지 지원해 왔으면서 중소기업의 밥줄조차 끊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체수의계약은 해외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제도로서 경쟁력 향상에 장애가 되고 공정거래에 위배돼 조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단체수의계약품목을 서서히 줄이는 현행 방식 대신에 단번에 이를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관련법률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업계는 미국에서도 약소기업을 위한 수의계약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은 이 제도를 더 실시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요즘 내수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기업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단체수의계약 제도의 폐지를 다소 늦춰줘야 할 것 같다.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