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관광자원으로 꼽히는 베트남 북단 하롱베이.4천여개의 작은 섬들이 여름 밤하늘의 별들처럼 하롱만에 촘촘히 들어서 절경을 이룬다. 매년 1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아직 관광 인프라는 형편없다. 인근에 공항이 없는 것은 물론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를 잇는 도로는 시골길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4시간을 꼬박 버스안에서 시달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이 곳에 한국 바람이 불고 있다. 한창 공사 중인 하노이~하롱베이 간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맡고 있다. 2년 뒤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4시간 거리가 2시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하롱만 입구에도 대역사가 벌어지고 있다. 바다를 메워 길을 내고 섬 곳곳을 깎아 대규모 리조트타운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36홀짜리 골프장과 오락장,수상레포츠시설,레스토랑,숙박시설 등….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장석진씨는 "현대 쌍용 대우 등 한국기업들이 2006년 하반기 완공되는 리조트타운 건설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투자금액이 2조8천억원으로 일본을 제치고 투자 1위국으로 부상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기업들도 한류 바람에 가세했다. 베트남 북부 최대도시 하노이만 하더라도 도로변에는 '삼성 모바일'과 'LG전자' 간판 일색이다. 꽁가이(아가씨)들은 태평양의 라네즈 화장품에 열광한다. 한국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중고 버스와 트럭들이 최고 대접을 받고 있다. 중부 다낭의 GM대우 공장에서 만든 마티즈 택시는 인구 3백50만명의 하노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친선노력도 한류 바람에 열기를 보태고 있다. 2001년 이후 3년간 베트남 북부 농촌지역에 학교 40개를 건설하고 PC 수만대를 들여와 국민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96년 신설된 하노이대학 한국어과 입학 경쟁률이 7백50 대 1,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선발 경쟁률이 무려 1천 대 1에 달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라는 평가다. '동남아시장=일본상품'이란 등식에서 베트남만은 오랫동안 예외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하노이(베트남)=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