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단 대신 드럼, 비브라폰, 베이스 기타,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등 서양악기 반주와 어우러진 판소리는 과연 어떤 맛일까. 판소리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음반 '코리아 판소리'(KOREA Pansori, East toWest)가 최근 출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나라뮤직이 유네스코의 판소리 세계무형유산 걸작 선정을 기념해 기획,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제작한 음반으로, 판소리 5바탕의 눈대목(하이라이트)들을 서양 악기반주에 맞춘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음반에 실린 곡들은 '적벽가' 중 '자식생각', '흥보가' 중 '밥타령',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 '심청가' 중 '인당수로', '수궁가' 중 '고고천변' 등 모두 열 세대목. 남상일(국립창극단원), 장문희(전북도립창극단원), 임현빈(남원시립국악단 부수석), 정은혜(서울대 국악과 재학) 등 신세대 젊은 명창들과 1900년대 초 판소리 5대명창 중 한 사람이었던 정정렬(1876-1938) 명창의 목소리를 음반에 담았다. 여기에 더해진 것은 서양악기 반주다. 판소리 원래의 사설과 창은 그대로 진행되면서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 비브라폰, 색소폰, 트럼펫 등이 반주로 깔려 꽤나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편곡 및 음악감독을 맡은 이안 래시킨(Ian Rashkin)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로, 지난해 역시 신나라뮤직에서 나온 민요 재즈 음반 '조선지심'(朝鮮之心)의 편곡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 외 크리스 몬로(퍼쿠션), 크래그 플로리(색소폰), 에반 부엘러(비브라폰), 더그 밀러(베이스), 크리스티나 쉰클(키보드), 조시 스튜어트(트럼펫) 등 여러 재즈뮤지션들이 녹음에 참여했다. 이같은 작업은 판소리를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월드뮤직으로 키우기 위한 시도. 음반 속지에는 판소리의 기원과 특징, 구성요소, 곡목 해설 등을 영문으로 번역한 글도 실려 있다. 음반을 기획한 신나라뮤직 이태규 상무는 "판소리의 본질적 요소는 그대로 둔채외국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어법과의 접목을 시도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판소리의 소리 자체를 변형하거나 유명 재즈 뮤지션들과 협연하는 등 다양한 응용 음반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녹음에 참여한 창자들과 뮤지션들은 오는 10월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라이브 무대도 가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