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이양이 예정일(30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겨진 28일 단행된 것은 무장세력들의 테러공격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라크 주권을 하루라도 빨리 이라크인들의 손에 넘겨 외국인 납치·참수 위협 등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라크 정국을 안정시켜보자는 의도에서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도 "핵심 저항세력의 고립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반군에 대한 사면 등 민심 수습에 최우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알라위 정부가 과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내 폭력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임시정부는 군·경찰 병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출범해 정국을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며 "무장세력들이 지역별로 거점을 마련하고 필사적으로 저항할 경우 이라크는 향후 수년간 심각한 정정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시정부,반군에 대한 사면조치 검토=이라크 임시정부는 무장세력을 회유하고 폭력에 찌든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회유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알라위 총리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저항세력의 고립화를 위해 반미 행위에 가담한 반군에 대해 사면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알라위 총리는 또 "테러 행위로 인한 희생자가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악의 세력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매일 피살되는 이라크 순교자들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주권을 이양받은 임시정부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AP CNN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 쿠데타에 동참했던 것이 경력의 전부인 알라위 총리가 과연 국가를 운영할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반미 감정으로 임시정부에서 일하려는 이라크인들이 거의 없는 것도 향후 임시정부가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저항세력 총 공세=이라크 주권이양일을 전후한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테러공격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서는 호주군 수송기 C-130 한 대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피격돼 탑승자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그다드 외곽의 미군 제1기병사단 진지에도 로켓탄이 날아들어 미군 병사 1명이 숨졌다. 또 무장 괴한들이 바그다드 북동쪽 1백80km의 이라크군 검문소를 대전차 로켓으로 타격해 이라크 방위군 6명을 살해했다. 이날 오후에는 서방 언론인과 사업가들이 몰려있는 바그다드 시내 쉐라톤 호텔 인근에 대한 박격포 공격으로 티그리스강을 건너던 이라크인 5명이 사망했다. 저항세력의 주요 표적인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본부가 위치한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에서도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 올랐다. 현지 소식통들은 주권이양이 있는 이번달이 미군에겐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폭력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살해 위협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 내 일부 종족 지도자들은 "미국인과 만나는 사람은 모두 간첩으로 간주되며,중재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미국인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살해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