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정부간에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업계는 물론 정부 일각에서까지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일본으로부터 주요 수출품목의 관세를 '제로(0)'에 가까운 저율로 부과받고 있어 FTA 체결의 최대 이점으로 꼽히는 무(無)관세 교역의 기대 효과가 크지 않으며, 도리어 국내 시장만 활짝 열어놓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칫했다가는 연간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대일 무역적자만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 업계 'FTA 실익 적다' 주장 작년 12월 시작된 한ㆍ일 FTA 정부협상은 지난 주까지 모두 네 차례 협상이 진행된 상태다. 양국 정부는 지난 4월 상품 양허안(시장개방 계획)을 제외한 협정문 초안을 마련했으며, 오는 8∼9월께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고 협상을 본궤도에 올릴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교역측면에서 FTA의 실익을 기대할게 없다"며 조기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양국간 평균 실행 관세율은 한국 7.9%, 일본 2.9%로 일본의 관세율이 한국에 비해 3분의 1 정도이다. 특히 대일본 수출 품목의 55.3%가 1% 미만의 관세를 물고 있는 등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이미 저(低)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FTA 체결로 인한 수출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고개드는 '신중론' 이에 따라 자동차공업협회 전자산업진흥회 기계산업진흥회 등 주요 업종 단체들은 한ㆍ일 FTA 체결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공업협회 철강협회 등 비교적 경쟁력을 갖춘 업종 단체들도 일본의 높은 비관세 장벽을 이유로 양국간 FTA에 부정적이다. 한 업종단체 관계자는 "이득 없는 장사를 정부가 왜 그리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대책회의다 뭐다 정부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만 속으로는 협상이 깨졌으면 하는게 대부분 참석자들의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 일각에서도 한ㆍ일 FTA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손익계산 주판을 아무리 튕겨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업계나 국민에게 한ㆍ일 FTA의 정당성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제조업 개방 반대' 논란 거셀 듯 내년 말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ㆍ일 FTA 협상에 정부는 피해 최소화라는 수세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급급하다는 분석이다. 부품 기계 등 피해가 불가피한 업종에 최고 10년의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이지만 부품ㆍ소재 중소기업들과 노조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 개방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예 협정 발효 시점을 늦추거나 FTA 체결의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전 등의 구체적인 약속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