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minks@hhi.co.kr > 국어사전에 보면 가치관과 행동양식,사고방식,기질 등에 관해 어떤 국민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국민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근면하고 두뇌가 우수하다는 좋은 특성도 많이 있지만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불려왔으며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아왔다. 유교의 최고 이상은 '인(仁)'이다. '인(仁)'이란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사람'인(人)'변에 두'이(二)'자를 붙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인(仁)'에 대해 생각해 왔으며 '인(仁)'이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사회는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각종 부정과 부패,그리고 무질서가 여기에 기인한다. 둘째,공명정대한 행위가 부족하다. 비록 상대방이 적이거나 경쟁자일지라도 상대방의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정당히 평가하면서 나 또한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 일부에서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셋째,가장 고쳤으면 하는 것이 대국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자신에게 약간의 손실이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을 해야 한다. 즉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라면 지엽적인 이기주의는 버려야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조선말기 대원군이 정권을 잡은 비슷한 시기에 메이지유신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에도막부의 마지막 쇼군 요시노부가 정권을 유지하려고 했었다면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이전의 역사로 회귀,내전에 휩싸이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쇼군이 대국적인 견지에서 '대정봉환'을 단행했기 때문에 메이지유신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국민성을 바꾸는 데에는 국가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지도 아래 국민전체가 합심,몇 대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도 전 국민이 합심해 인내심을 갖고 의식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좋은 국민성은 승화시키고 나쁜 국민성은 고쳐나가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국민성을 갖춘 세계 대국(大國)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