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에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토지를 거래한 사람들에 대해 "범죄 의도가 명백하지 않고 위법을 증명할 소명도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번 확정판결은 토지거래허가제를 규정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7일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거래 허가구역 안에서 불법으로 부동산을 거래한 혐의(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씨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토지거래 허가제의 위반 대상인 '허가 없이 토지 등의 거래계약을 맺는 행위'는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몰래 법에서 벗어나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비록 토지거래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토지거래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몰래 잠식해서 차지함)하려는 의사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부동산 업자와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전매약정을 한 것만으로 모든 매수자에게 법 위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실제 전매를 하지 않았다면 무죄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그러나 "법에 명시된 절차를 위반했음에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투기억제라는 법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이씨는 지난 2002년 파주시 일대 토지를 관할관청의 허락도 받지 않고 분할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자연녹지로 지정됐지만 이씨는 "앞으로 상업지역으로 개발될 것"이라며 투자자를 모았고, 일부와는 "나중에 되팔 때 차익을 보전해 주겠다"는 전매 약정까지 맺도록 주도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한편 관련법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비도시 지역 내 녹지는 2백㎡, 도시지역 외 농지는 1천㎡, 도시지역 외 임야는 2천㎡ 초과 토지를 거래할 경우 해당 시ㆍ군ㆍ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